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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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New Designer 제레미 스캇 ②

2011-11-17 오후 4:53:38


‘미국 문화’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디즈니 만화, 팝 가수들, 햄버거와 콜라, 할리우드 영화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고성이나, 동양의 자연풍경, 유적지가 생각나는 것에 비하면 가볍게 느껴질 법하다.


미국 문화는 흔히 대중 문화라고 한다. 그래서 대중적인 호소력이나 확산되는 정도가 크다. 누구나 접근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그에 비해 서유럽이나 동아시아의 문화는 ‘전통 문화’가 강하다. 즉, 오래 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왕조들이 있고, 그들의 생활방식에 따른 고급 의, 식, 주와 관련 된 유물들, 철학적 사상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섣불리 접근하기엔 양이 방대하고 어렵다.


하지만, 전통 문화의 양이 방대하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시대에 새롭게 조명할 ‘거리’가 많다는 의미도 된다. 패션에서도 그렇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존 갈리아노, 돌체 앤 가바나, 베르사체 등 자국의 복식 문화를 바탕으로 디자인 한 컬렉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조상들이 누렸던 화려한 복식을 재해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컬렉션이 탄생되곤 한다.


그렇다면 역사가 짧은, 유물이 많지 않은 미국의 디자이너는 무엇을 가지고 디자인 할까? 그들도 그들의 문화를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은 똑같다. 다만 ‘대중 문화’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아왔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디자인 한 것과는 달라 보인다.


제레미 스캇은 이러한 미국의 대중 문화를 소스로 패션을 디자인한다. 그는 즐거움을 위해 패션 디자인한다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기존의 문화를 비틀어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은 원래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 고인돌 가족의 선사시대 패션을 컬렉션으로 선보이거나, 히어로물의 대표선수 수퍼맨의 S자를 물음표로 살짝 비튼 것, 미국의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 미국 대표 음료 코카콜라, 또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시각물들, 예를 들면 전화기의 번호판, 주사위, 해골 문양, 피 흘리는 스마일 등도 그에겐 패션의 좋은 소재거리가 된다.


다른 패션 디자이너도 그의 패러디 대상이다. 할리우드 스타만큼이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의 치마 패션, 팝의 여왕 마돈나의 콘브라 등 우리에게 익숙했던 이미지는 다 갖다 쓴다.
‘대중 문화’와 ‘전통 문화’의 차이를 가르는 요소는 역사, 즉 시간이다. 흔히 말하듯 미국은 유럽이나 동양에 비해 짧은 역사의 바탕 위에 세워진 나라이며, 따라서 패러디 하거나 재해석할만한 역사적 문화 유산이나 유물이 많지 않다. 한다 해도 결국 유럽의 카피일 뿐이다.


미국 디자이너들이 실용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국의 전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카우보이나 그들이 말살시킨 인디언 정도?  
그래서 미국 디자이너인 제레미 스캇이 할 수 있는 것은 ‘전통 문화’가 아닌 ‘대중 문화’적 요소를 패션에 접목시킨 것이다. 가히 그를 패션계의 앤디 워홀이라 할 만하다. 그에게는 예술적 고뇌보다는 극도로 쉽고 가벼운 즐거움이 최우선적 가치이며, 따라서 그의 패션은 어떻게든 튀기 위해 안달 난 10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학수 현 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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