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대만 해도 스페인은 내전에 휩쓸려 서유럽의 강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스페인은 유럽 연합에서도 당당한 위상을 가지고 있고, 험란했던 역사를 뒤로 하고 규모와 질의 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스페인 속에 담긴 이국적 현대 건축
스페인 축구는 이제 영국 축구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당당히 우승을 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는 느낌이다.
월드컵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스페인은 서유럽의 주류 흐름에서는 한발 뒤로 물러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산업혁명도 늦었고, 정치적으로도 현대적인 면모를 갖추지 못해 70년대까지도 내전에 휩싸여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그런 느낌이 강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이 유럽 문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스페인은 자기네들 끼리만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나누지는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자기들의 문화적 성취들을 남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남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현상 중에서도 많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건축 분야가 아닐까 싶다.
스페인 건축이라하면 바로셀로나의 가우디를 첫 손가락에 꼽지만 그런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멀리서 지긋이 바라보면서 바르셀로나의 풍광을 새롭게 만드는 건물들이 있다.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희한한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빌딩인데 모양이 좀 독특하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탄환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 생각하는 입방체 모양의 건물이 아니다. 둥글면서도 유선형으로 휘어지는 폭탄이나 탄환의 공기역학적 모양이다. 단순하지만 기존의 건물과의 미학적 거리가 엄청나니 당연 우리 눈에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가우디의 건물이 유기적이고 복잡한 장식으로 그로테스크한 포스를 풍기고 있다면 이 건물은 단순하지만 선입견을 강하게 파괴하는 힘으로 우리의 마음에 다가온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존재감으로 바르셀로나 도심을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방식이지만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못지않은 초현실적 존재감을 장 누벨의 이 건물은 발산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더 초현실적이다.
빛이 나는 소재 가운데에 얼룩덜룩하게 붉은 격자 부분들은 마치 미래의 도시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바로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단지 이미지 차원이 아니라 기능적인 배려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걸 좀 더 가까이 가보면 알 수 있다.
격자 모양의 복잡한 구조물들은 건물의 몸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건물을 감싸고 있다.
격자 사이 사이에는 블라인드와 같은 차양들이 좁게 끼워져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는 각도를 달리해서 햇볕을 막기도 하는데 그것을 바깥에서 보면 번쩍 거리는 이미지를 주게 되어 있는 것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격자 구조 안에는 반투명한 소재가 햇볕을 가려주기도 하고 내부가 은은하게 보이게 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에서 각도를 조절하여 햇볕도 막고 바깥의 공기도 순환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빨간색의 건물 몸통이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되어 있다.
프랑스 건축가이지만 장 누벨은 스페인 건축의 유기적이고도 이국적인 포스에 밀리지 않는 독특한 건축물을 바르셀로나에 베풀어 놓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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