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갈리아노와 같은 디자이너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여러 문화가 서로 혼합 작용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문화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것이다. 때론 문화가 정통성과 차별성을 주로 강조하긴 하지만 때론 그 반대편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국적인 것의 자극
스페인이라면 강렬한 모습의 카르멘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옷차림에서도 그런 카르멘적 요소가 다분하다.
젊은이에서 나이든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사람들은 프랑스의 세련됨이나 이탈리아의 고전성, 네덜란드의 소박함과는 다른 옷맵시를 보여준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국적’ 성향이랄까. 그렇게 세련되지는 않지만 여러 문화가 짬뽕되어서 만들어지는 묘한 느낌. 그래서 강렬한 뉘앙스로 우리 눈을 자극한다.
색상도 강렬하고 무늬도 강렬한 가운데에 여러 문화권의 이미지들이 중첩된다. 존 갈리아노와 같은 스페인 출신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런 이국성을 아주 노골적(?)으로 활용한다.
하나의 옷에 참한 숙녀의 귀족적 분위기와 캐리비안의 해적의 옷에서 느낄 수 있는 실루엣이 동시에 녹아있는 디자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존 갈리아노의 문화적 디엔에이가 이런 옷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러나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의 파격적이고도 강렬한 이미지는 스페인 문화의 특징과 그대로 이어진다.

가우디의 건물로 대표되지만,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거리 풍경들에서 건축물들은 거의가 이런 문화의 충돌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하고 있다. 요즘만 그런 게 아니라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우디의 건물보다는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가우디의 느낌이 나는 이 건물을 통해 우리는 가우디가 갑자기 튀어나온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얼핏 짐작할 수 있다.
화려한 장식을 보면 독일이나 프랑스의 고전주의적 장식과는 좀 다르다. 곡선이 많기는 하지만 매우 유기적인 곡선이 많다. 그리고 장식들의 배후에는 강골한 직선의 뼈대들도 느껴진다. 건물의 벽은 또 대단히 미니멀하다.

서로 다른 여러 조형적 성격들이 하나의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기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진 장식들의 이미지는 아라비아와 서유럽의 문화적 이미지들이 모두 느껴지는 스페인적 풍이 농후하다. 고전과 현대, 서양과 오리엔트 등 등이 강하게 대치하고 있다.
이런 데에서 오는 낭만성과 긴장감이 스페인, 나아가 존 갈리아노와 같은 현대 디자이너들에게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존 갈리아노의 옷들을 이런 시각으로 다시 한번 보면 그런 충돌의 요소들을 나름대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존 갈리아노는 지브롤터 즉, 스페인에서도 아프리카에 가장 가까운 곳 출신이라니 이런 문화적 개방성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란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역사적 축적들이 천재적 건축가 가우디나 하이메 아욘과 같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통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역사와 전통에 그저 고개가 숙연히 기울어질 뿐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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