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릭 오웬스, 그만큼 지금 시대에 떠오르는 디자이너도 없다. 21세기의 지난 10년간이 마크 제이콥스의 시대였다면, 다가올 10년은 릭 오웬스의 시대가 되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왕국이 전 세계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디자인이 좋아서, 또는 그를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가죽, 고스, 락 같은 단어의 단순 나열만으로도 부족하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LA에서 인디 디자이너로 출발해 오랜 기간 락 스타들이 선호하는 디자이너였던 릭 오웬스는 이탈리아의 업체의 제안으로 2003년부터 유럽으로 진출하였으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는 그의 고유 라인과, 무려 1723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프랑스의 모피 업체 레빌론(헤비용)의 아트 디렉터를 맡아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릭 오웬스의 디자인에서 가죽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모피 업체와 이탈리아의 질 좋은 가죽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그의 컬렉션에서 모피와 가죽의 비율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그 전에 먼저 그가 가죽에 대한 새로운 견해들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러한 회사들이 그와 일을 하자고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활동하기 이전, L.A.에서 가죽에 대한 새로운 견해 즉, 가죽제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을 터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1994년에 그는 한 매장을 열었는데, 그곳에서 마르틴 마르지엘라, 티에리 뮈글러, 아제딘 알라이아 등의 의상을 판매했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편집샵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마도 그는 그 때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 같은 옷들을 보면서 지금의 디자인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마르지엘라의 실험성, 뮈글러의 파격성, 알라이아의 가죽 제품들이 릭 오웬스로 하여금 단순한 가죽 라이더 재킷만 만들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왕과 귀족이 있던 19세기 이전에 가죽과 모피는 부의 상징이었고, 20세기 락 음악과 결합된 가죽이 라이더 재킷과 꼭 끼는 가죽 바지로 반항의 상징이 되었다면, 21세기의 가죽은 릭 오웬스로부터 새로운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릭 오웬스의 가죽은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도, 사회에 반항하기 위한 것도 아닌, 그의 디자인적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브랑쿠시의 조각과 비교했다.
그는 가죽이란 소재의 특성을 활용하여 옷으로 조각 같은 예술 작품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고정관념화 된 가죽제품의 틀을 깨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가죽으로 인해 예술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다가올 10년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그의 옷에는 무채색이 많다. 조각 같은 옷의 형태에 집중시키기 위해서이다. 또 드레이핑된 하늘하늘한 소재의 블라우스나 치마를 대비시켜 조각 같은 겉옷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한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