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New Designer 릭 오웬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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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다

2011-10-28 오후 4:41:26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패션 No.5’, 첫 방송부터 등장인물들은 말도 안 되는 기괴한 의상들을 입고 나와 엣지 있고 스타일리시하다며 서로 칭찬하기 바쁘고, 한 케이블 방송을 패러디 한 듯 카메라 셔터소리와 함께 저음의 ‘스따일’을 연발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패션에 대한 가시 돋힌 감탄과 뼈있는 찬사가 웃기면서도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어떡해 너무 멋 있어서 너무 무서워’라든가 ‘너의 패션엔 맹자의 성선설이 들어 있어’ 같은 주옥 같은 대사들이 의미심장하다.


패션은 이렇듯 예술과 웃음거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보는 사람이 감탄을 하면 예술가로 추대되고, 야유를 보내면 단번에 비웃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경계의 끝 자락을 걷고 있는 패션. 그 중 어느 쪽으로 각인될지는 결국 디자이너의 내공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패션쇼의 옷들을 보면서 저런 (기괴하고 무서운)걸 왜 만드는지 궁금해 한다. 일반의 눈에는 일상 생활에서 입지도 못하면서 비싸기만 한 옷들을 이해할 수 없다. 당연하다. 보통은 한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단 한 번만 보고 말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장 ‘유니크’한 옷으로. 만약 정말로 디자이너가 세상에서 가장 튀는 컬렉션을 단 한 번만 하고 끝낸다면 그것은 단순히 퍼포먼스, 또는 너무나 기괴한 쇼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패션디자이너는 옷으로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패션쇼란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연속적 작업의 일부이다.


예컨대, 피카소의 작품이 큐비즘만 있었던 것이 아닌, 엄청난 뎃생력을 바탕으로 청색 시대, 장미 시대를 거쳐 9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려낸 것을 알아야 그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도대체 패션쇼의 그런 독특한 옷은 왜 만드느냐는 질문은 피카소의 전체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런 기괴한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해 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이 개그의 소재로 전락한 것은 조금 안타깝다. 컬렉션이란 뼈를 깎아 내는 듯한 창작의 고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디자이너의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세계관이 반영되면서 그로 인해 매니아층도 형성되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의 기회를 가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지고 이해 받게 되면서 새로운 또 하나의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되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한 길을 걷고 있는 디자이너가 릭 오웬스다.


그는 가죽과 모피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형태를 선보이며 데뷔한지 10여 년 만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주에 소개했던 토드 린과 ‘비슷한 계열로 묶어 생각하면’ 이라고 언급했으나, 사실 토드 린이 인디 밴드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라면 릭 오웬스는 주류 디자이너로 이미 안착했다.
재미있는 것은 칼 라거펠트가 펜디를 만나 최고급 소재인 가죽과 모피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면, 릭 오웬스는 레빌론을 만나 21세기에 가죽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점이다.



고학수 현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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