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56년의 인생을 살다간 잡스의 죽음이 지구촌에 이렇듯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는 인류를 바꾼 사과이고,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바꾼 사과이며, 잡스의 사과는 문화를 바꾼 사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레오나르도다빈치, 에디슨 그리고 잡스를 인류의 3대 천재라고도 한다.
그의 사망 소식은 세계를 슬프게 했다. 사라지는 천재를 역사 속에 묻지 않으려는 듯 그에 관한 모든 것이 새롭게 조명되었다. 그리고 보관하고 기억하려 했다. ‘잡스 룩’도 그 중 하나다.
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밸런스 운동화는 스티브 잡스를 상징하는 ‘잡스 룩’이다. 잡스는 새로운 제품 설명회를 비롯 거의 모든 공식 행사에 이 스타일로 나타났다.
20여 년 동안 이 패션만을 고수해 ‘실리콘밸리의 워스트 드레서’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잡스 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떠돌았다. 잡스는 “그냥 편해서 입었다”고 하였지만,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본인은 튀지 않는 옷을 입는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해석도 있었다.
나인투맥 등 미국 IT 전문 매체들이 공개한 ‘잡스 룩’의 탄생 비화에 의하면, 1980년 초 잡스가 일본 방문 중 소니 유니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잡스는 아이코 모리타 전 소니 회장이 “유니폼이 회사 직원들을 묶어주는 수단이 됐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잡스는 애플에도 유니폼을 도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소니 유니폼을 제작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에게 애플 유니폼 제작을 부탁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애플 직원들은 유니폼 제작에 하나같이 반대했다. 잡스는 끝내 자기 뜻을 관철하는데 실패했고, ‘혼자라도 유니폼을 입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미야케는 잡스만을 위한 유니폼으로 검은 터틀넥 100벌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잡스 전기를 쓴 아이작슨은 잡스와 생전 인터뷰 중 실제로 그의 옷장에 걸린 100벌의 옷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탄생한 ‘잡스 룩’은 그가 숨진 뒤 ‘잡스 따라하기’ 열풍이 불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6일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TMZ도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잡스 스웨터’의 판매가 두 배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생전의 잡스는 같은 스타일의 옷을 20년이나 입고 ‘실리콘밸리의 워스트 드레서’로 불리기도 했지만, ‘잡스 따라하기’ 열풍은 과거 어떤 패셔니스타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강한 바람이다. 뿐만 아니라 스웨터를 생산하는 세인트크로이 관계자는 “7일부터 일정 기간 동안, 터틀넥 스웨터가 하나씩 팔릴 때마다 20달러씩을 미국 암학회에 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패셔니스타란 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으로 대중의 유행을 이끄는 사람이다.
잡스가 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을 가졌는지 그의 ‘잡스 룩’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가 패션에 끼진 영향,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한 공은 어느 패셔니스타와도 견줄 수 없다. 그는 외모에서가 아닌 인간됨, 파란만장했던 삶 자체로 만들어낸 감동적인, 진정한 패셔니스타인 것이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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