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쉽게 말하면 야구점퍼.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구잠바 형태를 하고 대학이나 학과의 이니셜을 새긴 점퍼가 바로 바서티 재킷이다. 원래 영어에서도 라이벌 대학간의 스포츠 대회와 관련된 표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라고 하니 흔한 단어는 아닌 셈이다.
바서티 재킷은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 입기도 하며, 개인적인 위업을 드러내어 우월감을 표시하고자 입기도 한다. 이렇게 옷을 통해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을 ‘복식의 트로피즘(trophysm)’이라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관한 욕구가 충족되면 소속감이나 지위를 나타내고,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사회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달린 옷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바서티 재킷이 패션화 되면서 이런 의미는 사라지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바서티 재킷을 캐주얼하고 컬러풀한 하나의 아이템으로만 인식하고, 재킷의 기본 요소만을 남겨 두었다. 다양하게 배색된 시보리, 몸판과 다른 소재나 색상의 소매 정도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재나 색상의 매치가 자유로우며 캐주얼과 클래식의 분위기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각광을 받고 있다. 여태까지의 바서티 재킷이 좀 촌스러운 ‘과 잠바’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 지금의 바서티 재킷은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옷으로서 수없이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내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김민경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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