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가우디의 문화적 유전자는 이 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디자이너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가우디의 조형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디자인들을 내놓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에는 가우디의 모습들이 가득 들어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스페인은 세계 디자인계에서도 뒷 줄 아닌 앞 줄에 서있다.
독특하다고 하기엔 부족한 독특함
가우디의 압도적인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다고 현재 스페인 디자인은 그리 밝다고는 할 수 없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은 디자인 강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북유럽과 같은 신흥 디자인 강국들의 물살 속에서 스페인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스페인이 어떤 곳인가?

가우디와 같은 괴물 건축가를 배출하여 현대 건축에서도 든든한 위상을 세우고 있지를 않나, 피카소와 같은 걸출한 화가를 배출하여 현대 미술을 아예 넉다운 시키지 않았는가? 쪽 수는 적어도 스페인은 나름 큰 한방이 있는 나라다. 디자인도 그렇다. 많지는 않지만 소수 정예들이 디자인 분야에서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몇 몇의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을 살피기 이전에 스페인의 디자인 유전자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이지만 현대 도심 한복판에서도 이처럼 고전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광을 볼 수 있다. 서유럽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아라비아 풍의 이국적 인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건축물들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몇 백 년이나 지난 건축물이지만 하나의 형태 안에서 충돌하는 서로 다른 이미지는 세월의 흐름에서도 여전히 신선한 생명력을 발하고 있다.
아라베스크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무늬와 리얼한 고전적 형태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건물의 문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풍기고 있다.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그저 그런 가로등에서도 스페인적인 인상이 강하게 풍겨 나온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도 스페인적인 풍광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스페인 디자이너들이 스페인적이지 않기가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지금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최첨단 스페인 디자이너들의 전투력이 비로 이런 스페인 성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스페인의 신성 하이메 아욘의 모습만 봐도 ‘아! 스페인 디자이너구나’ 하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 큰 어른이 이상하게 생긴 치킨에 앉아있는 것도 그렇지만 괴상한 옷에 이상한 모자까지 쓴 모습이 앞에서 본 이국적인 스페인의 풍광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것들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 매우 독특한 인상을 자아낸다.
물론 이 사람이 타고 있는 치킨은 바로 자기 손으로 직접 디자인한 물건이다. 자 이렇게 희한한 사람이 과연 어떤 디자인으로 스페인의 면목을 세우고 또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을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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