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웅장함은 대체로 외양의 규모와 화려한 장식을 동반한다.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그런 점에서 조금 이례적이다. 바르셀로나 도심 위로 솟아오른 장중한 규모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위를 채우고 있는 기괴한 모양들을 장식이라고 부르기엔 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장식적이기에는 너무나 기괴한…
건물의 안을 빠져 나오면서 펼쳐지는 진귀한 풍광들은 이곳이 일개(?) 건물이 아니라 밀림의 깊은 안쪽, 스페인적으로 번역된 이국적인 성경의 세계가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마치 촛농이나 동굴의 종유석이 빚어놓은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의 조각들이 출입구 위쪽으로 장대하게 펼쳐져 있어서 문밖을 나온 것이 아니라 다시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조각은 그리이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서양조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엄숙하고 종교적인 풍모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자연의 풍광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인체가 아닌 것을 조각하는 전통이 서양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배경들을 이루는 식물들의 모습은 지상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국적이다.
출입구를 중심으로 어디를 보더라도 이런 이국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조각들이 우리를 야릇한 세계로 이끌고 있다. 좀 더 바깥으로 나오면 성가족 성당의 독특한 건축적 디자인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출입구를 중심으로 조각물들이 배치되는 양상은 고딕이나 르네상스, 바로크로 이어지는 서양의 성당 건축의 일반적인 법칙과 유사하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앞 시대의 건축들과는 달리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이 건물의 출입구 주변은 충분히 차별화된다. 조각들 속에 숨어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이나 성서의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는 양상을 보면 그래도 전통적인 구도는 의식적으로 지키려고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전체를 감도는 이국적이면서도 불규칙한 기운은 성당의 이미지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더욱 성스럽게 하고 있다.
고개를 좀 더 들어 위를 보면 이제사 건물의 그로테스크한 조각들이 의탁하고 있는 건물의 본 구조를 보게 된다. 네 개의 뾰족한 기둥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들은 고딕 성당의 인상을 주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유기적이다. 하늘을 향해 기하학적으로 뻗어있는 옛 선조들의 것들과는 천지차이로 다른 건축적 인상을 풍기고 있다. 마치 건물이 아니라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우주 괴물을 연상케 한다. 다듬어지지 않으면서도 하늘을 향해 늠름하게 뻗어 있는 자신감. 여기서 우리는 성가족 성당의 기괴한 숭고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아니 미래적인
19세기 말. 서양의 건축역사로 보자면 현대에 속하는 건축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외양에서는 고전을 넘어서는 고전적 면모가 보인다. 더불어 일체의 고전적 외양을 갖추지 않은 면모에서는 현대적인 인상이 더 강하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의 현대 건축이란 닦아 놓은 대추씨 모양으로 반질반질하고 직선적이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 비하면 이 건물은 도무지 직선을 찾아볼 수 없는 요즘의 건축물과 오히려 더 유사해 보인다. 과거와 현대와 미래가 이 건물 하나로 매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가족 성당의 디자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은 것은 이런 복잡 미묘한 내용적 가치로 항상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건설 중이니 이 건물을 미래의 건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나의 성당으로 보자면 무리한 투자가 아닐 수 없지만 이 성가족 성당은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생명을 얻고 있고, 덕분에 바르셀로나를, 나아가 스페인을 밝게 빛나게 하고 있다. 스페인의 현역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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