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칠다’, ‘오래 되었다’ 라는 것이 미적으로 전혀 약점이 아니란 것을 가우디의 작품에서 맛보게 된다. 티끌하나 없이 반짝거리는 질감들이 작품의 표면 위를 휘발유처럼 흩어질 때 거칠고 오래된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의 거칠고 오래된 질감은 작품의 보이지 않는 아래쪽까지 스며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속을 가진 건물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표면의 질감만큼이나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공간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들어온다.
이렇게 높고 어두운 공간이야 유럽의 여느 성당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자극하는 휘황찬란한 여타의 고전적 성당에 비해서는 소박하다. 금색으로 도금한 많은 조각상들도 찾아보기 힘들고, 기둥이나 창문을 장식하는 여러 장치들도 시골 성당처럼 처연하고 정갈하다. 창문에 간간이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들도 장식적이기 보다는 요식적으로 보인다.
성당이라는 건물의 용도나 구조를 보면 몹시 전통적이지만, 전체적인 실내의 직선적인 인상이나 건물의 부분 처리들을 보면 매우 단순하고 정갈하다. 역시 이 건물은 현대 건축에 속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주택도 아니고 상가도 아니고 고전주의의 가장 확실한 장르인 성당이 아닌가. 이런 성당을 고전적인 듯하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보기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우디는 그런 문제점들을 처음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건물의 바깥 초입부에 거칠면서도 현대적 추상 조각물들을 앉혀 놓은 것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그의 포석이라고 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바깥의 고도로 추상화된 인상에 의해 유도된 현대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은 실내에 들어오면 모습만 바뀔뿐 그대로 연속된다. 그렇다고 심오한 고전주의가 훼손되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자극하는 공간과 장식으로 가득찬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고전주의적 성당들이 감각에 더 직접적이어서 오히려 철이 없어 보인다. 몇 백년은 더 젊은 건물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성숙하다. 단지 이 건물에서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천정에 있다.
자세히 보면 기하학형태로 이루어졌지만 복잡한 무늬처럼 보이는 모양들은 충분히 감각적이고 장식적이다. 그러면서도 이국적이고 현대적이다. 가우디의 조형적 솜씨가 얼마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기하학이면 기하학, 유기적이면 유기적인 형태대로 능수능란하게 다룬점이 경이롭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속
아울러 이 건물의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한 가지 특징은 바로 공간의 깊이감이다. 건물을 들어서면 높은 실내와 어두운 가운데에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눈에 띄면서 무한히 깊은 공간이 느껴진다. 거기에 더불어서 이 건물은 건물의 바깥으로 무한한 공간이 더 중첩되어 연결된 느낌을 준다.
분명히 건물 바깥은 그냥 바깥이건만 마치 바깥에는 또 다른 세계가 연속되어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창문 바깥이나 건물 바깥을 나가면 더 깊은 심연의 공간으로 들어갈 것 같다. 아마도 들어올 때의 건물 바깥의 이미지와 건물 안의 조형적 이미지가 많이 충돌하기 때문에 그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정녕 틀리지 않은 생각이다. 건물의 다른 출입구를 통해 정면으로 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인상들은 앞의 풍경들과는 완전히 다른 신의 공간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건물의 다른 출입구를 통해 나가면 정면의 조각 장식들이 우리의 눈을 잔뜩 자극하고 들어온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모양들과는 사뭇 다르다. 추상적이기 보다는 리얼한 조각에 가까워 고전주의에 더 다가가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장식만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자연풍경까지도 조각해 놓았다.
그냥 보면 매우 독특한 이미지의 조각인 것으로만 보기 쉽지만 그 내면을 따지고 보면 자연물을 조각하지 않은 서양의 고전 주의 조각에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그래서 고전적이면서도 독특해 보인다. 자연풍광 속에 자연스러이 자리잡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이탈리아나 프랑스, 독일의 성당들과는 그래서 달라보이는 것이다. 아무튼 한 건물을 두고 가우디는 매우 복잡하고도 뛰어난 실험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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