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더없이 완벽한 컬렉션을 찾았다. 색이면 색, 형태면 형태, 소재부터 액세서리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이 완벽하게 똑 떨어진다. 제2의 질 샌더 같기도 하고, 멀리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비교한다면 신인 디자이너에게 너무 과찬일까?
과연 그 디자이너가 누굴까 봤더니, 빅토리아 베컴이다. 자기 브랜드 만들 거다. 디자인 할 거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인기를 업은 연예인의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해 낼 줄이야. 게다가 이미 2009년 봄 컬렉션부터, 발표된 내년 봄 컬렉션까지 꾸준히 높은 수준의 디자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속물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빅토리아 베컴이 부럽지 않은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1990년대 후반 전세계를 강타하며 걸파워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파이스 걸즈의 멤버, 설명이 필요 없는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에게 사랑 받고 결혼하여 애를 넷이나 낳고도 몸매는 점점 완벽해지는 엄청난 자기 관리의 여인, 파파라치 사진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질시와 냉소와 비난과 함께 동경의 시선을 한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여인, 이런 그녀가 자기의 이름을 걸고 패션 브랜드까지 만들어가고 있다.
빅토리아 베컴에게는 여느 신인 디자이너처럼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이미 파파라치 컷을 통해 그녀의 패션에 대한 내공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그녀가 입었던 옷이나 들었던 가방은 디자인적으로 검증 받은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브랜드다. 그리고 그만큼 그녀의 컬렉션은 그녀를 고스란히 닮아 있다.
그녀의 컬렉션의 특징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평소 그녀가 입던 옷보다 더욱 색도, 장식도, 디자인도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감성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곡선적인 실루엣과 주름 때문이다.
자신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실루엣의 원피스를 자주 입었던 빅토리아처럼 그녀의 컬렉션에는 그러한 실루엣의 원피스가 대거 등장했다. 여성의 실루엣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부드러운 곡선은 비단 가슴,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몸매의 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실루엣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드러내주는 선을 더 찾을 수도 있다.
사진①이 좋은 예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원피스의 완성도를 높여준 것은 목선의 우아함이다. 뒷목을 약간 높여주고 앞은 수평선으로 깔끔하게 잘라 승모근의 아름다운 곡선이 드러난 것이다. 이렇듯 이번 컬렉션에서는 얼굴과 목 부분에 변화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사진②는 더 완만한 곡선의 실루엣으로 몸매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원피스이다. 하지만 턱 바로 밑으로 부드러운 주름장식을 넣어주어 얼굴이 강조되도록 하는 디자인으로 화려한 액세서리 없이 단순히 주름과 그로 인해 생기는 음영이 그윽한 화려함을 만들어 낸 수작이다. 육체보다는 정신이 강조된 듯 고고해 보이지만 약간은 답답할 수도 있다. 우리는 평생 이성에 관심을 갖는 세속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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