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디자인의 최고봉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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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디자인 기행 ⑤

2011-09-29 오후 3:13:15

 


아무리 신이 사는 집이라지만 이처럼 파격적으로 만들어도 될까?


신의 위대함 보다는 건물의 위대함이 더 압도적이다. 이런 곳에는 비록 무섭고 위대한 신이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과연 가우디는 착실한 기독교인일까, 지독한 무신론자일까?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스페인의 디자인을 생각할 때 단연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가우디라면, 가우디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해야 하는 것은 바로 성가족 성당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도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일 것이다.


역사상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들을 꼽자면 한 둘이 아니겠지만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만큼 압도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성당 앞에서 공예나 디자인, 순수미술이나 응용미술 따위(?)의 말들은 모두 빛을 잃어 버린다.


그 모든 것들일 수도 있고 그 모든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21세기로 넘어온 지금까지도 미스테리한 아우라를 여전히 뿜으면서 생생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의 디자인을 훑어보는 마당이라도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피해갈 수 없는 산으로 다가온다. 매표소를 거쳐 건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런 사실을 충격적으로 맛보게 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위대한 건물 앞에서는 건물이 보이지 않고 먼저 건물을 이루고 있는 조각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손길을 전혀 받은 것 같지 않은 거친 돌덩어리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나태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눈에도 이 고차원적인 추상조각이 전혀 어렵게 와 닿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한 조각보다도 오히려 더 리얼하다. 성직자의 고통을 이보다 더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성직자의 숭고하고 고통스런 내면과 깔끔하고 윤기나는 대리석 조각의 피부들은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거칠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이 오히려 더 리얼하다는 것을 어려운 미학적 논리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조형적 힘을 던지고 들어온다. 아무튼 성당에 들어 왔을 때 버선발로 맞아주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조각이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건물의 뒤쪽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다른 여러 조각들 역시 파워풀한 추상적 형


태미를 던져 주면서 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초현실적 종교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성가족 성당에 대한 기대감을 아니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란 것은 출입문에 이르면서 말할 수 없는 예술적 충격을 접하면서부터 느끼게 된다. 마치 성경책을 펼쳐 놓은 듯 한 청록색의 문도 대단하지만 그 전에 거대한 고체의 질감을 들려주는 회색의 돌덩어리 조각들과 청록색 문의 결합은 또 다른 시각적 힘을 경험하게 해준다.



어느 한 곳 예리한 손끝이 느껴지는 구석이 없는 모양새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날 것의 재료가 주는 시큼한 조형적 힘과 뛰어난 창의적 예술성이 지금의 시각에서도 미래적이다. 거칠게 조각된 글자들이 가득한 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문은 로뎅의 지옥의 문에 적어도 뒤처지지 않는 예술품의 자격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성서에 기록된 말씀을 기록한 문보다 더 좋은 성당 문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장식보다도 더 성격의 본질에 접근한 문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성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되니, 건물 안은 장식과 의식으로 가득찬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 속이 된다.
어떤 건축양식이 이 문 하나를 이길 수 있으랴. 건물 앞에서 이 문을 통해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압도하고 만다. 이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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