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당대를 풍미한 가우디 한 사람이 ‘일당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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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2 오후 4:12:32

일당백이란 말이 있듯이 스페인의 디자인에는 가우디 하나 만 있어도 능히 수백의 디자이너들을 감당할 만하다.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그동안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해체주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들이 있어왔지만 백 년 전의 가우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유기적이란 말도 부족한…
스페인에서 본격적인 디자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디자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 디자인 역사에 남을만한 굵직한 디자인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서유럽의 사회발전 과정과는 조금 다른 경로를 걸어온 탓이다. 산업화의 단계가 미흡했던 것이 큰 이유라 하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의 찬란한 디자인 흐름에 필적할만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현대 디자인의 역사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졌고, 수 많은 수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백 여 년 전의 가우디는 스페인의 디자인 능력을 여전히 맨 앞줄에서 입증하고 있다. 단기 필마라고 해도 능히 일당백을 넘어선다.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를 빼고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의 흔적들은 단지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활발하게 살아 숨 쉬는 디자인 파워로 우리 눈앞에 당당하다. 그의 건축을 아르누보니 유기적이니 하는 틀 속에 가두어 버리려고 하지만 사실, 그의 제어할 수 없는 천재성을 범인의 안목으로 가두어 버리는 것 같아 영 편하지가 않다. 그의 건축은 어디에 끼워 맞추어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그 차체에서부터 파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우디의 황홀한 건축들은 세련된 현대 도심을 이루는 첨단의 건축물 조차도 흡수할 것만 같은 포스로 당당하게 바르셀로나 땅 위에 우뚝하다. 그중에서도 까사밀라는 아파트라는 현대식 건축물에 특유의 몽환적 디자인을 새겨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도심지 한복판에 있는 집단 주거단지에 그런 초현실적 표현을 하였다는 것이 세간의 흥미와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길목에 마치 거대한 공룡처럼 우뚝 서 있는 까사밀라의 모습은 웅혼한 기상으로 가득찬 거인의 모습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그런 위용이 더욱 강하게 눈과 마음을 파고든다. 하나의 건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생명감 넘치는 모양이 우리의 선입견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눈을 거쳐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동굴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일반 건물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느낌을 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개를 뒤로 젖혀 건물 위를 바라보면 위쪽에도 동굴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이 입방체 모양으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원통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고 건물이 둥글게 말고 있는 특이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피 모양만 특이하고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건물의 구조까지 지금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적인 것이다. 아무튼 건물의 안과 밖의 이런 획기적인 차이는 공간의 깊이를 더하고, 공간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개인 공간들을 살펴보면 근대적 인상의 가구나 인테리어들이 구성되어 있어서 지어졌을 당시의 삶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해 보인다. 건물의 초현실적 분위기와 집 안의 안정된 분위기가 매우 극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테라스의 금속 장식과 더불어서 매우 이국적으로 보인다.


일상 공간에서 이런 초현실적 풍광을 받아들이면서 살았던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21세기에도 혁신적이고 파격적으로 보이는 건물인데, 당대에는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나무의자와 같은 가구의 디자인은 역시 건축가 가우디의 손길이 가득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아르누보니 유기적이라는 설명들은 이런 모양 앞에서는 매우 구차해지는 것 같다. 그냥 가우디거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손잡이나 작은 아이템들에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데, 그 모양들이 오늘날 디자인 흐름에 더 적합한 모양이다. 유기적이면서도 기능적인 형태는 지금 시각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까사밀라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물의 맨 꼭대기 층, 평평한 판으로 위를 막은 마지막 부분이라는 옥상의 인상이 여기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평평하지 않은 옥상의 모습도 낯설지만 굴뚝을 바르셀로나 언덕을 수호하는 가면의 모양으로 처리한 것은 정말 놀랍다.


구엘공원의 도마뱀 캐릭터에도 활용했던 깨진 타일기법이 여기서는 거대한 신상조각에 쓰이고 있다. 옥상의 조각상들은 마치 수호신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까사밀라 옥상을 지키면서 장식하고 있다. 기왕에 굴뚝은 있어야 하는 것이건만, 굴뚝을 핑계로 가우디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인 옥상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이러니 스페인에서 가우디를 안 보면 어떻게 디자인을 말할 수 있을까. 그의 걸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최고 걸작인 성 가족성당이 있기 때문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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