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돈나를 잇는 대형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유명해진 것은 비단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와 가창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레이디 가가의 충격적인 비주얼도 유명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녀에게 하의 실종은 유도 아니다. 수영복 형태의 무대 의상은 기본으로, 온몸을 뒤덮는 찢어진 망사 스타킹, 가슴에서 불꽃이 튀는 원피스, 신는다기 보단 올라가 있는 30㎝의 구두들, 최근의 생고기 드레스까지.
그런 그녀의 강렬한 스타일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가 니콜라 포미체티, 전설적인 브랜드 ‘티에리 뮈글러’를 새로이 혁신하게 될 인물이다. 그는 시각적으로 쎈 화보를 만드는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나, 어나더 매거진, 재팬 보그 옴므 등의 잡지를 디렉팅 해 왔으며, 그런 그였기에 레이디 가가에게 패션계에서도 가장 하드코어적인 알렉산더 맥퀸이나 존 갈리아노의 충격적인 옷들을 입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맥퀸이나 갈리아노 이전 시대에 그들에 버금가는 컬렉션을 진행하던 티에리 뮈글러에서 패션 디자이너도 아닌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에게 브랜드를 맡긴다는 것이 이해할 만 하다. 그러한 이력이 있는 니콜라 포미체티가 담당한 티에리 뮈글러의 21세기형 ‘뮈글러’의 2011년 F/W 컬렉션을 살펴보자.
80년대부터 90년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티에리 뮈글러의 특징 중 하나는 온 몸을 매끈하게 감싸는 가죽과 비닐 소재의 의상들이었다. 포미체티는 그러한 큰 특징을 2011년 현재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사진①에서 보이는 의상은 하체의 실루엣만 드러나는 레깅스에서 더 나아가 아예 투명한 소재로 하체를 드러냈다. 모두들 스타킹과는 달리 다리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불투명한 레깅스의 편안함에 안주할 때 포미체티는 그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티에리 뮈글러의 디자인이 그랬다. 그에겐 패션계의 고정관념이나 한계, 터부시 될 것이 없었다. 그에겐 오로지 멋진 형태, 환상적인 디자인에 대한 생각뿐, 여성의 가슴은 꼭 가려야 된다거나 엉덩이는 드러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없었던 것이다.
사진①의 의상도 그렇다. 팬티가 훤히 드러나지만, 디자인적으로 보면 전신을 감싸는 투명한 비닐 소재와 불투명한 코트가 대비되고 있어서 좋아 보인다. 팬티도 얼마나 정직한 형태인가. 가리고 꾸밀 것 없이 속옷인 것이다. 오히려 고정관념에 갇힌 시선으로 바라본 관객이 부끄러울 정도다.
사진②도 평범해 보이지만 티에리 뮈글러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강렬한 파랑색으로 온몸의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원피스는 얼핏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왼쪽 손목을 보자. 팔찌인지, 단순히 실루엣의 변화를 주려는 조형물인지, 기능이야 어쨌든 인체가 왜곡된 형태가 됐으며, 결과적으로 아름답다.
사진③도 앞의 사진들과 같은 선상이다. 부끄러움을 뛰어넘는 투명과 불투명의 대비, 패션에 국한하지 않는 소재의 사용, 인체의 왜곡. 뮈글러의 디자인적 세계가 잘 담겨있다.
고학수 현 디자인 연구소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