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횡단 콘테이너 트럭 ‘Lorr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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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1-09-01 오후 2:49:53


디자인이 꼭 혁신적으로 새로워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최첨단 스마트폰도 쓰지만 목욕할 때는 이태리 타올을 여전히 쓰기 때문이다. 너무 혁신적인 디자인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쾌하지 못한 생경함을 주어 불편을 조장할 때도 많고, 더욱 문제는 그런 혁신성이 소위 말하는 ‘인위적 폐기구조’ 즉 억지로 소비조장을 해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악용(?)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서 혁신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삶을 어떤 의미에서든지 개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루이지 꼴라니는 그런 점에서 꽤나 재미있는 디자이너이다. 도저히 지구인이 했을 법하지 않은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세계 디자인계를 주름잡았었지만, 정작 실제로 상품화된 것은 카메라나 조그마한 소품 몇 개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래서 세계적인 존경을 받으면서도 디자이너로서의 본분을 끊임없이 의심받았던 사람이었다.


이 독특하기 짝이 없는 트럭이 디자인된 것은 2001년이 아니라 1977년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루이지 꼴라니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 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에 이런 디자인을 했었다. 지금 눈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뒤에 2001년이 붙은 것은 그 때나 되어서야 일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루이지 꼴라니의 예측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0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눈에도 첨단으로 보이니 그가 예측했던 것 보다는 사회가 덜 발달한 것 같다.


우주선 같은 형태 이미지만 본다면 이 트럭은 분명 형태 과잉이다. 트럭은 트럭일 뿐인데, 트럭의 외양이 무슨 최고급 승용차를 방불한다. 하지만 이 트럭의 럭셔리한 모양새가 단지 모양새 때문이 아니라 트럭이 받아야 할 공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위 아래로 달걀 모양 같은 덩어리로 나눈 것은 멋이 아니라 차량의 견고함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 외에도 둥근 앞 유리 창과 거기에 걸맞게 디자인 된 와이퍼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뛰어나지만 하나의 설치미술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디자인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쉽게 넘어 서버린 최고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할 것은 이 디자인이 갖는 역사적 의미이다. 비록 이 트럭의 디자이너가 모델만 만들고 실지 상품으로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희박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문법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었다. 당대에는 저주받은 걸작, 만화에 가까운 디자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오늘날 건축이나 프로덕트 디자인들이 언제 기하학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휘어진 3차원 곡면들을 즐기면서 생명을 논하고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을 보면 그의 디자인 세계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세계를 주름잡는 자하 하디드나 프랭크 게리 같은 건축가나, 로스 러브그로브, 론 아라드 같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알고보면 루이지 꼴라니를 시작점으로 가지를 뻗어 온 계보 속에 어느 한 지점들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오늘날 유기적인 형태의 원조인 셈이다.


30여 년 전에 홀로 외롭게 이런 디자인을 추구한 그의 디자인 세계가 지금에서야 진면목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적인 그의 디자인이 어느 덧 고전이라는 작위를 코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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