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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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오후 2:55:29


‘파괴하다, 말살하다’라는 의미의 영 단어. 이런 심각한 단어가 우아한 패션에서 사용되어야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여기에 소개되는지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디스트로이는 무척 간단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흠집이 난, 구멍이 뚫린, 상처가 생긴’ 옷을 설명하는 형용사다.


원래의 부정적이고 과격한 단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소박한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의복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미’의 영역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 중 하나다.


우리는 옷을 보면서 상당히 많은 종류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굳이 ‘예쁘다’라거나 ‘멋있다’라는 느낌이 아니더라도 강한 인상으로 남는 옷들이 있게 마련인데, 현대미학에서는 이처럼 딱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마음에 깊게 남는 인상을 주는 것도 ‘미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그 중에서도 디스트로이에서 느껴지는 부조화는 ‘추(醜)’에 해당한다. 추(醜)는 형식에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것에서 강한 반응을 이끌어 냈을 때 나타나는 미적 가치인데 기능 위주로 디자인을 보는 시각에서는 나타나기 어렵다. 편안함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를 선택했을 때 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김민경 현 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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