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스커트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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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5 오전 11:01:41

미국이 디폴트 공포에 휩싸이더니 결국 국제 신용 평가사가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향후 12~18개월 내에 신용 등급을 추가 강등시킬 수 있다면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예고했다. S&P와 무디스는 “11월에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국가 신용이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란다.  그 동안 절대로 망할 리 없는 나라라는 관점에서 70년 동안 미국의 신용 등급 AAA는 세계 경제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그것을 신용의 척도로 측정해 왔으니,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폭풍우 치는 밤 망망대해에 나침반도 없이 표류하는 나룻배 신세가 되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에 던져진 메가톤급 충격이고, 70년의 수퍼 파워가 무너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단군이래 최고의 외환 보유고를 기록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이 달러화란다. 그래서 이번 미국 신용도 강등에 한국은 그야말로 앉아서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신용 등급 강등에 따른 금리 상승, 소비 위축, 경제 침체, 달러화 약세, 상품 등 실물 자산 가격 폭등, 하이퍼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을 만한 경제 체질이 아니란다.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이제 대공황 같은 주요 선진국들의 소비 경기 침체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의 소리가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10.7%로 중국(25.1%), EU(11.5%), 아세안(11.4%)과 함께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 수출이 받는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고, 경제가 침체되면 스커트 길이가 길어진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전 유럽이 경제적 호황기를 맞던 1920년대에 여성의 스커트 길이가 사상 처음으로 무릎 위로 올라섰다. 여성의 발목이 보이는 것조차도 금기시했던 당시의 관습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1929년 세계 대 경제 공항이 일자 1930년대엔 다시 발목을 덮는 긴 스커트 길이로 되돌아갔다. 1960년대 미니의 유행도 그렇다.  6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여성의 스커트 길이는 무릎을 다시 넘었다. 그러나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로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릴 때 맥시가 등장하였다. 다시 스커트 길이는 발목까지 내려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옷을 많이 해 입을 수 있지만 어려워지면 자주 옷을 해 입지 않아서 직물의 소비가 줄기 때문에 그 소비를 크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한다. 며칠 전 한 방송의 저녁 뉴스를 보니 아슬아슬 할 만큼 짧은 바지의 여성과 발목 길이의 긴 스커트를 입고 있는 두 여성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단적인 두 유행이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숏팬츠는 이미 정점에 있는 유행일 뿐이다. 새삼 길어진 스커트는 다가올 경제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불길한 신호탄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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