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느 나라들 처럼 네덜란드의 디자인도 자국의 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가고 있으며, 그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만든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역사와 현재 그것을 찾아보는 것이 네덜란드 디자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 현재가 꽃을 피우고 있는 네덜란드
네덜란드 시내로 다시 돌아가 보면 네덜란드의 그래픽 디자인과 산업 디자인의 근원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전동차(트램)이 지나는 철로들과 그 주변을 나란히 도열해 있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마치 우리나라의 근대를 연상케 하는 풍광이다.
우리처럼 오래 전의 모습을 그렇게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시간의 축적된 흔적들을 언제나 볼 수 있으니 네덜란드의 디자인이 왜 그토록 소박하고 차분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런 풍광은 암스테르담의 중심인 중앙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근대기 서울역의 흔적도 보관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좀 한심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런 역사적 흔적의 축적은 어찌되었든 디자인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오래된 전통을 보관하고 있는 미술관은 그런 경향이 더 짙게 나타난다. 중세기에나 만들어졌을 만한 개선문이 관람객들을 시작에서부터 고풍스러운 이미지로 사로잡는다. 네덜란드 디자인을 생각할 때는 항상 이런 것을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곳이란 걸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현대 디자인의 자취들
네덜란드가 오래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것들을 자양분으로 해서 도심 곳곳에는 새로운 디자인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형식은 첨단들이지만 그 안에는 고풍스러움과 네덜란드적 고풍스러움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물질적인 부분들에 있어서도 네덜란드는 디자인적 감수성이 뛰어난 걸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 네덜란드 디자인의 수준은 거리에서 만나는 일반 사람들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에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이면 아이, 어른이면 어른, 심지어는 나이 지극히 잡수신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사람들이 옷 입는 맵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전혀 따라한 흔적은 없지만 네덜란드 적으로 세련되어 있다.
지극히 네덜란드스럽지만 매우 검소하면서도 세련되고 아름다운 것이 네덜란드 길거리 패션의 이미지이다. 그래픽이나 산업 디자인의 특징들과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면에서 보면 디자인은 ‘문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돈벌이 수단으로만 디자인을 대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편향된 모습의 디자인만을 보게 되는지 이를 통해 알 수 있다면 우리가 풀어야 할 디자인의 숙제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