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디에즈의 알미늄 소파 BENT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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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오후 6:23:35


가구, 그중에서도 소파라고 하면 나무 덩어리와 커다란 스폰지들로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부피감이 먼저 다가온다.


거실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 위에 누워서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때로는 안방으로 들어가지 못한 술 취한 아버지가 찌든 피로를 풀기도 하는 물건이자 공간이지만, 평당 천 만원을 오르내리는 비싼 땅 위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소파의 그 묵직한 존재감은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앞에 항상 놓여있는 탁자와 조그마한 의자들은 공간의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걸 알기나 한 것처럼 스테판 디에즈는 우리들의 이런 부담감 없는 BENT 시리즈를 통해 해소시켜주고 있다. 소파와 테이블을 단 하나의 금속판으로 단축하면서, 그 위에 덮혀 있던 미학적 군살들을 모두 빼버렸다. 들어간 재료라곤 알미늄 판밖에 없으니 그간 소파나 테이블 등에 드리워졌던 두터운 부담감은 자리 잡을 곳이 없다.


이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하면 더 산뜻하다. 가구로 만들어지기 전의 모양은 그저 레이저로 구멍들이 뚫려져 있는 사각형의 알미늄 판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뚫어진 구멍들을 따라 알미늄 판을 종이를 접듯이 접으면서 소파나 의자, 테이블 등의 모양을 만들었다. 종이가 아니라 금속이기 때문에 접히는 부분이 사람의 체중을 버티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평면이 판재이기 때문에 덩어리로 된 기존의 가구들과는 완전히 색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거실에 놓았을 때, 가구로서의 역할도 하겠지만, 마치 조각품처럼 실내 공간을 멋있게 장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원리도 간단하고, 모양도 간단하지만 이 디자인은 기존의 가구가 주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점들을 가져다 주고 있다.


게다가 이 디자인에 담겨있는 미학적 내용들도 그냥 넘어가기에 간단치 않다. 조형적으로 말하자면 이 디자인은 입체를 평면으로 해결하고 있는, 차원을 2차원으로 해결하고 있는 대단히 철학적인 작품이다. 보기에는 쉽지만 디자인을 그저 예뻐 보이게만 하던가, 기능적인 아이디어만을 추구해 가지고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파를 디자인한 스테판 디에즈는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로 스투트가르트 대학에 있던 우르술라 마이에르(Ursula Maier)라는 사람의 스튜디오에서 건축과 목공예를 배웠다. 그리고 스투트가르트에 있는 미술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리차드 사퍼(Richard Sapper)와 클라우스 레만(Klaus Lehmann) 밑에서 공업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후 리차드 사퍼와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icic)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다가 2003년에 독립하였으며, 독립한 후 모로소(Moroso)와 같은 세계적인 가구업체, 로젠탈(Rosental)과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답게 구조적이거나 기능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챙기면서도 실험정신을 잃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럽 디자이너 답게 전통성을 챙기는 실리적이면서도 복합적 디자인 세계를 가지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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