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영부인 미셀 오바마와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 영국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의 공통점은? 한 나라 최고 권력자의 아내이자 패셔니스타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국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을 잘 소화하기로 유명하다. 미셀과 제이슨 우, 카를라와 디올, 케이트와 알렉산더 맥퀸 등, 일종의 공식처럼 퍼스트 레이디와 패션 디자이너의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
지난 주에 소개했던 벨기에의 패션 디자이너 팀 판 스틴베겐도 벨기에의 왕실 여인과 관련 있다. 벨기에의 둘째 왕자의 부인인 프린세스 클레어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팀 판 스틴베겐의 의상을 입었다.
보라색의 행사용 띠를 두른 왕자와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들의 어린 공주님, 그리고 푸른 무늬가 넘실대는 실크 원피스를 입은 프린세스 클레어의 단란한 왕실 가족 사진은 모두가 어우러져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나 프린세스 클레어가 입은 재킷은, 몸 판에서부터 출발한 긴 천이 목을 한 바퀴 감아 내려오는 유기적인 형태였다. 그 천이 원통의 구조로 돼 있어 더욱 힘이 들어가 훨씬 볼륨감을 부여한다. 귀금속류의 액세서리가 아닌 온전한 천만으로 가슴 부분을 장식한 실크 원피스는 재킷의 힘있고 빳빳한 소재와도 대비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이렇게 구조가 변한 옷을 입은 사람은 타인에게 취향의 수준과 안목이 높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단순히 옷감의 표면을 꾸미는 장식물의 변화가 아니라 엄청난 계산에 의해 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표면 장식이 감성적이라면 구조의 변화는 이성적이다. 표면 장식에는 수백 시간과 수 많은 장인의 노력이 들어간다면 구조의 변화에는 계산과 논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는 고스란히 입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따라서 이렇게 품격 넘치는 의상 안에 은근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디테일은 왜 벨기에 공주님이 팀 판 스틴베겐의 의상을 선택했는지 알게 해준다. 우아함 속에 조용히 숨겨진 매력적인 디테일이 그의 디자인의 강점인 것이다.
팀 판 스틴베겐의 디자인에는 유려하면서 우아한 곡선과 구조를 건드리는 건축적인 의상이 공존한다. 부드러운 소재와 강인한 소재의 대비에서도 그의 개성이 드러난다.
2011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이러한 그의 컬렉션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우선 무릎 위에서 끝나는 길이의 원피스 안에 무릎을 덮는 길이의 치마를 하나 더 입혔다. 치마의 단이 두 겹이 됨으로써 깊이가 느껴진다. 까딱 잘못했으면 속치마가 겉으로 비어져 나온 듯 보였을 테지만 적절한 비례를 조율한 덕분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보인다.
본천으로 장식 된 상체는 멀리서 보면 마치 종이접기 같기도, 지점토를 조물조물 주물러 붙여놓은 조각품 같기도 하다. 비정형적 형태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계산에 의해 접히고 세워지고 구부려진 형태인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을 위해 실용적이면서 우아한 옷만 만들 것 같은 그이지만 라 스칼라 극장의 다양한 무대 의상을 담당하기도 했다. 패션쇼에서 다 드러내지 못했던 강렬하고 각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옷을 만드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앤트워프 왕립학교에서 순수 예술과 소재 개발, 패션을 공부하고, 올리비에 테스켄스의 인턴십을 거쳐 강인하고 구조적인 옷이 특징인 자신의 브랜드와 좀 더 유기적인 형태의 시적인 이미지의 쉰느(Chine)라는 브랜드를 맡고 있는 팀 판 스틴베겐. 그는 분명코 똑똑하고 슬기로우며 현명한 차세대 디자이너다.
고학수 현 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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