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지적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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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오전 8:48:18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드룩(Droog)이 세계 디자인계에 외쳤던 말은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대량생산이나, 상품과 같은 디자인의 번외적 문제보다는 우리가 왜 물건을 만들고, 그런 물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했던 것이다.


네덜란드 적인...
드룩이 세계 디자인계에 단번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유니크한 스타일이나 판매고가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지적 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저 높은 곳의 담론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이 서 있는 바로 그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드룩 매장이 있는 곳을 들어가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골목길 처럼 들어서 있는 운하와 그것을 연결하고 있는 다리나 기타 시설물들, 그리고 여느 골목길과 다름없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수수한 느낌을 주는 건물들 사이에 드룩 매장이 유명세와는 달리 소담스럽게 들어서 있다.



그리고 매장 안은 디자인 가게라는 티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수수한 모습이다. 밀라노나 파리에서 만나는 명품 숍들의 휘황찬란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이 안을 채우고 있는 디자인들 역시 주변에 걸맞는 수수함, 그리고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손도 안 댄 통나무에 의자의 등받이만 박아놓고 벤치라고 하니 독일의 기능주의적 디자인에 입각한다면 열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수한 모습에 진정 화낸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도 그동안의 디자인들은 과연 자연을 제대로 생각을 하기나 했는지 오히려 질타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기능주의와 상업주의를 아우르는 기존의 디자인들에 대해 네덜란드 디자인 만큼이 소리없는 비판을 가했던 경우도 없을 것이다. 목소리만 높인 것이 아니라 모두들 아름다운 ‘자연으로 돌아가자’ 라는 대안까지 내놓았다.


삶의 재해석
지금은 네덜란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마르셀 반데르스의 이 마술같은 극적인 디자인도 잔잔한 목소리로 세계를 흔들어 놓았었다.


노끈을 엮어서 만든 의자처럼 보인다. 그냥 보면 공예전통을 이어받은 철지난 디자인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자는 강화 플라스틱이라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것이다.


노끈을 엮어서 의자 모양을 만들고, 노끈에 플라스틱 액체를 스며들게 해서 굳힌 것이다. 무게는 손가락 하나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아무리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라도 거뜬하게 떠받칠 수 있는 강도를 가지고 있다. 기능적으로는 최첨단이다. 하지만 모습은 너무나 정감어리다.
최첨단 기술로 장식한 디자인들과 비하면 쇼킹하기까지 하다.



과연 사람 머리 꼭대기에 서 있는 오늘날 기술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매우 준엄하게 질타하고 있다면 무리일까?


드룩의 디자인들은 이렇게 우리가 깜짝 놀랄 말들을 눈에다 건네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거대 담론들이 격돌하는 한 가운데를 자기의 목소리로 조용히 평정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첨단 디자인도, 어떤 화려한 디자인도 이 앞에서는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드룩의 디자인들은 조용히 디자인의 새로운 움직임들을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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