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이란 1970년대 초 로널드 메이스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체격, 연령,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디자인 개념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한다.
건축이나 실내 디자인, 가구, 더 작게는 문 고리, 손잡이 하나에도 정상인은 물론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 계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저 ‘인간’ 이라는 존재 자체로 공평하고 편안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개념은 폭 넓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패션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알렉산더 맥퀸은 의족의 에이미 뮬린스(미국의 장애인, 미국 피플지는 지난 2009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50인에 선정했다)를 런던 컬렉션과 패션 잡지에 모델로 기용하여 갈채를 받았고, 장 폴 골티에는 고령자의 모델에게 웨딩 드레스를 입혀서 패션쇼의 마지막 무대에 올려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젊고 아름다운 8등신 모델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고정 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이다.
이를 계기로 소외된 계층의 사회 진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모델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은 4일 “이 방송이 인기를 모으면서 장애인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명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여러 나라에서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패션쇼의 무대에 올리는 일도 잦아졌다. 유니버설 디자인 추구의 일면이라 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실외 환경 조성에서도 역할을 한다. 지난달 하순께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 폭우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특히 서울 우면산에서 일어난 산사태는 대도시의 한 부분이 뜯겨져 나갔다는 점에서 ‘도시 디자인’의 허와 실을 생각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산사태 이외에도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과 강남 도심까지 물난리를 겪었던 것은 심각하게 되짚어 보고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강남의 물난리에 관련해서는 “강남 부자들 혼 좀 나봐라”하는 별난 심리까지 발동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우면산 산사태로 뻘건 흙 뿐 만이 아니라 계층간 민심의 갈등까지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가슴 아픈 일이다. 약자의 아픔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부자의 아픔이라고 다른 것도 아닐 것이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약자도 강자도, 노인이건 젊은이이건, 장애인이건 마음 밭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건강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절실한 시점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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