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는 육지가 수면보다도 낮은 나라. 국토의 많은 부분이 개간의 결과이며, 그래서 땅이 귀한 나라이다. 국토의 곳곳에는 거미줄같은 운하가 흐르고 있고, 덕분에 사람이 사는 공간은 넓지 않고 인공적이다. 네덜란드 디자인이 이런 환경과 무관할까?
절대적인 좁음
수도인 암스테르담과 그 밖의 주요 도시를 다니다 보면 네덜란드란 나라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도시 한 복판을 거미줄처럼 파고드는 도로가 있었을 터인데, 이곳은 푸른 바닷물이 흐르는 운하들이 파고들어 있다.
모두 수 백 년의 토목공사의 역사를 가진 결과라고 하니, 우리처럼 배산임수에 초가집만 지어도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던 환경과는 확연히 달랐음을 짐작키 어렵지 않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의 운하는 오랜 세월동안 물을 막고 흙을 다져서 만들어진 땅 사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운하를 파지 만 네덜란드에서는 바다 사이를 메꿔 만든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땅은 우리나라에서 보다도 더 금싸라기다. 좁은 땅과 그 사이를 메꾸고 있는 그물 같은 운하들. 이게 네덜란드의 풍경이다. 가뜩이나 좁은 땅인데 그 사이를 좁은 물길이 들어앉아 있다.
말하자면 사람이 가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한 것이 네덜란드의 풍경이다. 좁은 공간, 높게 올라간 건물. 네덜란드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드넓은 대륙인 중국이 부럽지 않다.
게다가 이 좁은 공간에 여러 가지 선박들과 자동차, 트램과 같은 운송 수단들이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있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걸어다니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도심의 바로 앞은 한치의 여유도 없이 곧바로 바다다.
매우 특이한 풍광이긴 하지만 공간에 여유가 없다는 것만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만들어지는 디자인이라면 좁은 공간적 제약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에 최적화된 디자인 이미지
심플하고 가독성이 높은 네덜란드 특유의 디자인은 이런 공간적 특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네덜란드적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디자인인 것이다.
어딜 가나 좁고, 어둡고 칙칙한 고동색 벽돌들로 싸인 공간이라면 심플한 형태에 높은 채도의 색상이야말로 디자인이 연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가장 대비가 되면서도 비좁은 공간에 원하는 바를 자장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환경을 생각하면 네덜란드의 디자인 경향은 매우 합리적인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환경에 충실한 덕에 자기 스타일을 확고히 할 수도 있었고, 나아가 다른 나라의 디자인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니 그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지.
그렇다면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남의 스타일이나 쫓는 것은 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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