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디자인이라면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기능이 뛰어나고,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이건 이제 폐기 처분되어야 할 고루한 논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기능이 뛰어나지도 않고, 아름다운 것 같지도 않은 디자인들이 각종 매스컴에 오르고, 심지어 오늘의 디자인, 올해의 디자인으로 꼽히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하 하디드가 세계적인 주방용품 업체 알레시를 위해 디자인 한 커피 세트가 그렇다.
우선 이게 커피 세트. 즉, 커피 주전자, 커피 잔, 잔 받침, 프림과 설탕통으로 이루어진 물건이라는 것은 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성능이나 모양새는 일단 다음 문제다. 이게 어떻게 커피 세트란 말인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이때부터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도대체 이걸 디자인 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이걸 디자인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물론 커피 세트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들이 문제작이 되는 것은 즉,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무너뜨리면 사람들이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지만, 이처럼 삶에 바로 붙어있는 물건을 독특하게 바꿔버리면 호기심을 그치지 못하게 된다.
미학적으로 말하면 대상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살짝 넘어서 오히려 심미적 호기심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성능이나 심미감 같은 것들이 좀 낮은 수준의 심리적 욕구와 관계된 것이라면, 고정관념을 깨고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효과는 인간의 높은 심리적 욕구와 관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디자인은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그런 신기한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의 깊은 심리를 사로잡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디자인에 대해서 전통적인 기준으로 굳 디자인이다,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평상을 넘어서는 수준 즉,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교양이 관여하기 때문에 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이 희한하게 생긴 디자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어떠한 창의력으로 넘어서는가, 또한 그로 인해 새로운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일반 커피 세트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창출한 디자이너의 창의력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유기적 형태 문법을 만든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의 매력적인 조형관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단지 눈에 예쁘고 안 예쁘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조형관을 창출했다라는 보다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이 정도의 숨겨진 내면을 가진 디자인이라면 눈 앞에만 보이는 성능이나 모양새를 탓하며 폄하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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