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창이 사상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3년 체코, 2007년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에서의 참패를 딛고 12년의 기다림과 준비로 이루어낸 승전보다. 그래서 더욱 기쁘다. 강원도민의 간절한 염원과 국민의 성원, 그리고 수많은 관계자들이 온 힘을 다한 승리였다.
이 열렬한 유치 운동 과정 중에 유난히 시선을 끈 인물이 김연아 선수다. 그녀는 이미 세계적 명사이고 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며 스승이다. 이 세계적 피겨 여왕이 동계 올림픽 유치에 앞장선 것은 당연하다. 올림픽 유치 연설에서 그가 보여준 또 다른 모습은 지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유창한 영어가 그렇고, 그의 단정하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그러면서도 독특한 차림은 세계의 스타로서 손색이 없었다. 검정색에 살짝 보이는 하얀 팔의 일부가 어떤 액세서리로도 연출할 수 없는 액센트로 다가왔다. 이른바 행잉 슬리브(hanging sleeve)의 효과를 100% 나타낸 것이다.
‘set in sleeve(몸 판에 붙인 소매)’라는 복식 용어가 있다. 소매를 따로 재단해 몸 판에 붙인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서양복에서 소매를 따로 만들어 달기 시작한 것은 12~3세기 십자군 동방 원정부터였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소매가 없거나 자루 같이 생긴 몸 판의 양 옆을 T자로 잘라내어 소매를 만들었다. 동양의 직선적이고 평면적인 소매를 가져다가 서양인들은 곡선적이고 입체적인 소매로 발전시켰다. 그리고는 다양한 소매들을 만들어 내었다. 14세기에 등장한 행잉 슬리브도 그 중 하나다.
행잉 슬리브란 팔을 끼워 입는 소매가 아니라 ‘걸려만 있는 소매’란 뜻으로 가짜 소매(false sleeves)라고도 한다. 몸 판에 소매를 연결하기는 했지만 팔을 꿰는 것이 아니라 소매 한 곳에 슬릿을 내어 그곳으로 손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대학 졸업식 가운의 소매로 행잉 슬리브가 있었다. 그러나 옷에서 기능성이 강조되면서 별다른 기능이 없는 이 소매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최근 그 행잉 슬리브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 개최 이전에도 브라운관을 통해 행잉 슬리브 착용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특이한 디자인이라는 느낌 정도였을 뿐 김연아가 입은 것처럼 시선을 모으지는 못했다.
케이프를 두른 듯 보여 케이프 재킷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소매를 몸 판에 붙이되 끝까지 연결하지 않고 소매 아래를 트고 그 길이를 짧게 하여 마치 케이프를 두른 듯한 효과를 내고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미셀 오바마가, 영국에서는 케이트 미들턴이 패셔니스타로 자국의 패션 산업에 크게 이바지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에, 김연아에게 집중되고 있다. 세계의 연인 ‘김연아 패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될지 자못 기대된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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