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면과 좁은 면을 서로 대비시키면 넓은 면은 전체를 안정시키고 좁은 면은 변화를 주게 된다. 소위 조형의 궁극적 목표인 ‘변화와 통일’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조형 방법이다. 겉으로는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적 대비를 이루는 요소들은 서로 상보적 관계를 이룬다. 대부분의 심플한 디자인이 장식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면적 비례를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넓은 면과 좁은 면
<그림 1>은 그냥 비워진 넓은 면이다. 여기에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고 어떤 형태가 놓여질 수도 있다. 아니면 넉넉하게 그냥 비워놓을 수도 있다.
여기에 <그림 2>와 같이 좁고 검은 면을 하나 집어넣어 보자. 넓은 면 한가운데로 좁은 면이 생김으로써 평화롭던 화면에는 갑자기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이 긴장감은 대부분 검은 색의 면과 흰색 면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데 기인한다. 이것을 면적 대비라고 한다.
역할분담이 강한 면적 대비
어떤 형태든지 일정한 면적을 가지고 있다. 각 형태들의 면적이 서로 차이가 많이 나게 되면 시각적 주목성도 강해지는데 이것을 적절히 활용하면 디자인의 인상을 두드러지게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대비는 형태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주는 아주 중요한 원리로서 디자이너들이 즐겨 구사하는 조형 방법이다. 그러나 면적 대비의 효과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호에서 배운 형태 대비와는 달리 면적 대비는 변화와 통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원리이다. <그림 2>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대비의 효과가 좀 강하긴 해도 전체를 차분히 살펴보게 되면 면적 대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강한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넓은 흰색 면은 화면을 전체적으로 안정시키고 있다. 반면에 검은 색의 좁은 면은 화면 전체의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화면을 활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 같아도 넓은 면은 넓은 대로, 좁은 면은 좁은 대로 각자의 역할을 겹치지 않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고 큰 무리 없이 원하는 조형적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어쨌든 하나가 큰 부분을 담당하고 하나가 작은 부분을 처리하기 때문에 같은 대비라고 하더라도 서로 충돌하는 형태를 대비시키는 방법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거칠면서도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대개 형태 대비가 강한 것이 많고, 미니멀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면적 대비가 강한 것이 많다. 존 갈리아노나 장 폴 고띠에 같은 디자이너가 전자에 주로 해당되는 디자이너라면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캘빈 클라인 같은 디자이너는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아함 떨기
수면 위를 우아하게 미끄러져가는 백조가 수면 밑으로는 바쁜 것처럼,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주로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은 미묘한 형태의 변화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눈과 머리가 몹시 바쁘다. 대개 미니멀한 디자인이 미니멀하면서도 풍부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디자이너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과 미세한 면적 대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림 3>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3>은 원피스로 되어있기 때문에 조형적 표현을 언급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조형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은 이렇게 극도로 다듬어진 형태요소들 사이에서도 면적의 대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몸통을 감싸는 원피스 전체와 목 뒤를 한 바퀴 감싸고 돌아가는 끈이다. 끈의 원운동은 원피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동세를 자연스럽게 목 뒤로 돌려서 다시 원피스 아래쪽으로 내린다. 조형적으로 보자면 원피스의 넓은 면과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끈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단조로운 원피스임에도 조형적으로 풍부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조형적 대비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슴 부분의 주름면과 그 아랫부분의 원피스는 두 번째 단계의 면적 대비를 보여준다. 역시 뚜렷한 면적의 차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상당히 끌어들이는 원인이 된다. 몇 안 되는 요소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대비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썰렁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풍부해 보이는 것이다.
<그림 4>는 좀더 복잡한 면적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선 상의를 보자. 목을 감싸고 있는 칼라와 넥타이의 변형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가죽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비어 있는 상의의 넓직한 면과 강한 면적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넓은 면과 좁은 면의 정도가 심하게 차이가 날수록 대비감은 심해지고 조형적 집중력은 더 높아진다. 복잡한 형태보다도 대비나 비례조율이 잘된 디자인이 더 돋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한편 왼쪽 팔의 검은 색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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