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니트 덩어리가 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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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오후 4:17:56


디자이너들의 세계에서는 어느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선호되는 미적 경향이 존재한다. 그것을 많은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으로 표현해 내면서 대중의 유행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디자이너들이 패션 잡지나 다른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안 본다고 해도 오히려 건축이나 순수예술, 또는 경제 상황이나 국제적 이슈에서 집단적으로 영향받기 때문에 생기는 경향이다. 내 눈에 흥미롭고 좋아 보이는 것은 남의 눈에도 그러한 법이니까. 더군다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는 끌리는 대상이 공통적이기 마련이다. 몇 시즌 전에 있었던 이러한 흐름 중 하나가 옷으로 뾰족뾰족한 표면을 만드는 것이었다. ‘건축적이다’ 라는 수식어로 표현된 이러한 옷들은 가레스 퓨나 빅터 앤 롤프의 뾰족뾰족한 의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이세이 미야케의 삼각형들로 이루어진 가방처럼 은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디자인은 오늘 소개하는 디자이너 산드라 백룬트의 옷이다.


그녀는 나무나 철사 등의 다양한 재료로 구조와 형태를 실험하고 있었는데, 특히 독보적이었던 것은 니트로 된 그녀의 의상들이었다. 그녀의 옷은 구조가 너무도 신기하고 새로운데 그것이 니트라는 소재였기 때문에 오는 충격이 첫 번째였고, 니트란 단순히 따스하거나 포근하거나, 할머니 옷 같거나 하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은 데서 후 폭풍도 컸다. 그녀의 옷들은 대부분은 원피스 형태로 큼직한 덩어리들이 모델의 몸을 감싸고 있어 모델들의 가는 팔과 다리가 더욱 부각되는 디자인이다. 옷과 몸의 대비도 대비지만, 그 옷의 형태 자체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것도 순수 니트로만 이루어진 옷이기에 시각적인 충격은 더욱 크다. 2011년 SS시즌의 옷은 한층 더 숙성 된 그녀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들어있었다.


사진①에서 보이는 옷은 마치 3차원으로 된 미로처럼 표면들끼리 엉기고, 꼬이고, 섞여 들어가면서, 겉과 안의 구별이 모호한 하나의 외계 생명체 같은, 유기적인 인상마저 주고 있다. 사진②같은 경우는 그 동안 촌스럽다고 치부했던 코바늘 뜨기의 고정관념을 깨준 케이스다. 이 옷을 보면 같은 기술이더라도 소재나 색, 그리고 디자인에 따라 수공예품에서 예술로 승화되느냐, 식탁보가 되느냐가 판가름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 출신인 산드라 백룬트는 스톡홀름에서 1994년부터 수공예 텍스타일과 예술사,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2004년 졸업하면서 그녀의 라벨을 론칭해 지금까지 자신의 컬렉션과 세계 곳곳에서의 전시를 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세계적인 브랜드 루이 뷔통이나 에밀리오 푸치와도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 또한 지난 시간에 소개했던 펠리페 올리비에르 밥티스타와 같이 이에르 패션 페스티벌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샌드라 백룬트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니팅 기술과 뛰어난 조형성을 갖고 있다. 그녀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재료들을 실험하고 있는 등 옷에 임하는 태도와 철학이 그녀의 디자인 바탕을 탄탄히 깔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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