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네덜란드 디자인이 강세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시각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주목성을 듬뿍 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심플한 형태, 높은 채도의 색상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풍 디자인은 다른 어떤 류의 디자인보다도 눈을 사로잡는 데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심플함의 효과
네덜란드 도심을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공사장이다. 보행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는 문구만 보다가 이런 산뜻한 장벽을 보는 기분은 좀 남다르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는 사람들의 눈을 아무데도 못 가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무채색의 면들은 노란색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공사장 장벽이 아니라 흡사 잡지의 한 면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처럼 전문적인 디자인의 손길이 가득 느껴진다.
마치 한 폭의 현대 회화와 같은 장벽은 공사장을 하나의 세련된 화랑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문제는 질인데, 공사장 장벽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이 모자라거나 아마추어의 미숙함이 보이지 않는 풍자와 손맛이 대단한 수준을 보여준다. 이런 정도면 공사장 장벽은 훌륭한 예술품 전시장이 아닐까 싶다. 공사장의 가림막에도 이런 정도의 디자인을 베풀 수 있는 수준이라면 네덜란드가 왜 세계 디자인계를 주름잡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인의 특징은 구질구질하게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할 말만 딱 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말보다 강렬하다. 버스 정류장의 영화 광고판만 봐도 그렇다.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영화 포스터를 보는 것처럼 스펙타클하다. 적절하면서도 단순해서 그렇다.
대체로 한정된 자신만의 면적을 가진 그래픽들도 뛰어나지만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인의 힘은 시멘트로 가득찬 황량한 도시의 분위기를 완전히 역전시키고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는 도심지에 붙은 벽보들은 흉물이 되기 쉽지만 네덜란드의 벽보들은 도심지의 보물처럼 찬란히 빛난다. 그 어떤 스트리트 퍼니처 보다도 도시를 우아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단조롭고 황량한 시멘트 벽이 오히려 단아하고도 고맙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회색은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 색상이론으로 보면 회색은 모든 색을 품어주고 품격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모두가 색상을 완전히 파악하고 난 뒤에 그래픽 디자인을 적절히 활용한 네덜란드 디자인의 수준 때문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디자인 수도라는 명함을 내 밀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네덜란드 디자인의 특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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