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의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이름은 낯설지만 절제된 컬렉션이 매력적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2010년에 라꼬스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디자이너였다.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이름이 좀 길지만 충분히 외워둘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다.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는 축구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는, 유럽의 남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에 속해 있는 포르투갈 출신이다. 1975년생인 그는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막스 마라, 크리스토프 르메어, 세루티에서 일했고 지금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27살에 이에르 패션 페스티발에서 최고상을 받았으며, 2003년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했다. 2005년에 그는 공무원 달력을 위한 꾸튀르 쇼에 초청받았으며 31살에 꾸튀르 의상조합의 멤버가 되었다. 36살의 나이에 라꼬스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되었으니, 착실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컬렉션은 막 튀려고 발버둥을 치는 여느 신인 디자이너와 다르다. 눈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형태가 기괴한 것도, 색이 튀는 것도 아닌데 기억에 남아 다시 찾아보고 싶어진다. 왜 그럴까?
우선 사진을 살펴보자. 2011년 S/S컬렉에서 그는 하양과 검정의 극과 극을 달리는 명도 대비에 중화시켜주는 역할인 베이지색, 이렇게 세 가지 색을 기본으로 파스텔 계열의 색과 황토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였다. 흑과 백의 명도대비와 우유를 탄 듯 부드러운 파스텔 계열의 색상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각적으로 강한 명도대비와 부드러운 색상대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색채사용은 그의 옷에서 이성적이면서도 온화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속이 비치는 소재의 사용으로 색상 대비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진 ①의 속이 비치는 연한 옥색의 블라우스와 흑백 대비의 치마가 바로 그렇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는 마치 우리나라의 모시 저고리를 보는 듯 정교한 바느질이 돋보인다. 화려한 자수나 손으로 한땀 한땀 꿰매는 비즈 장식 없어도 그가 오뜨 꾸튀르 의상 조합의 회원이라는 점이 수긍이 간다. 이번 컬렉션에서 그의 의상은 이렇게 반짝이거나 화려한 장식 없이 옷 자체의 정교한 만듦새가 좋았다.
그의 컬렉션에서 눈 여겨 봐야 할 점이 바로 색이나 소재보다 색다른 커팅과 미묘한 실루엣이다. 사진 ②에서 보여지는 옷이 그렇다. 평범한 재킷과 스키니 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뭔가 새롭고 매력적이다. 자세히 살피면 재킷에는 주머니가 겉으로 달려있고 바지를 종아리 밑으로 2겹으로 마치 부츠를 신은 것처럼 새로운 라인이 생겼다. 두 겹을 겹쳐 입은 치마 실루엣도 그렇다. 튀는 색이나 장식 없이도 이렇게 이중구조의 실루엣은 옷 자체에 깊이감을 준다.
이렇듯 그의 옷은 형태가 고전적이지 않지만 우아하고 기품이 느껴진다. 그의 독특한 비례 감각은 그가 유럽의 3대 패션 도시 출신이 아닌, 이베리아 반도 끝애 위치한 포르투갈 출신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마치 스페인 출신이면서 패션사의 실루엣 변화에 큰 획을 그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처럼 그에게선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방인의 향이 느껴진다.
고학수 현 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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