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진 요시오카의 허니팝 의자
가+
가-
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⑮

2011-06-23 오후 3:20:27


2001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일본의 도쿠진 요시오카는 매우 독특한 의자를 선보이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가구라면 천이 덮인 쿠션이나 플라스틱,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평생하고 있던 사람에게 도쿠진 요시오카의 허니팝 의자는 경악과 공포(?)를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종이로 만들어진 의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의자는 납작하게 접혀 있다가 펼치면 의자 모양이 되는 신기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의자라면 둘째가기 싫은 서양의 의자 달인들도 도쿠진 요시오카의 이 의자 앞에서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수 십 년, 아니 수 백 년 동안 만들어왔던 의자의 모든 문법이 이 의자 앞에서는 한 순간에 힘을 잃었다.


사실 충격으로 치자면 동아시아의 디자이너들이 더 했으면 더 했을 것이다. 허니 팝 의자의 구조는 독특하기는 하지만 동아시아 사람들의 눈에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접으면 납작한 평면이 되고, 좌우로 늘리면 입체가 되는 이 벌집 구조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장식품에 자주 활용되던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문방구에서나 파는 싸구려 장식품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런 구조를 토쿠진 요시오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 실현하여 지금까지 보아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자를 내놓았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것인데 누구는 이걸로 세계적인 디자인을 이끌어 내고, 누구는 아직도 문방구에서나 서식하는 싸구려 문방구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 인식의 수준 차는 실로 엄청나다.


한국의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첨단기술을 디자인과 동급으로 보고 최첨단의 재료나 기술만 쳐다보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사이, 이웃나라의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는 문방구에만 걸려있던 벌집 모양의 허니컴 구조를 도용(?)하여 세상에 회자되는 의자를 만들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던가.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니고 있었던 보물을 빼앗긴 것 같은 깊은 박탈감을 동아시아의 디자이너라면 깊이 맛보았을 것이다.


특수한 종이 소재와 벌집 구조가 가지는 견고함으로 인해 이 의자는 체중을 너끈히 버틸 수 있음과 동시에 내구성까지 좋아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 의자라면 단단하고 딱딱한 소재로만 만들 수 있다는 통념이, 이 종잇장처럼(?) 가볍고 다루기 좋은 소재로 인해 보기 좋게 전복되어 버렸다.


소재를 다루는 기술의 은덕으로 보아도 좋을 의자이지만, 무엇보다 자기에게 익숙한 전통들을 우선 챙기는 태도가 이런 디자인을 자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토쿠진 요시오카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디자이너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예술이나 디자인 보다는 자기의 문화적 정체성을 먼저 챙기다 보니 그와 더불어 일본 디자이너들은 현대적인 재료나 삶에 대해서도 서양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전혀 색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일본적인 개성을 만들게 하였다.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