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디자인은 지금 예전 같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역사에 부침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전통은 여전히 프랑스를 지켜줄 것이다.
지친 거인
필립스탁이 주춤한 지금 프랑스의 산업 디자인은 페트릭 주앙이나 부홀렉 형제같은 신예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하지만 필립스탁이 혼자서 세계 산업 디자인계를 주름잡던 시대에 비하면 좀 힘이 딸리는 부분이 있다. 패션계는 좀 더 어렵다. 샤넬이나 디오르가 프랑스 패션을 주도하면서 세계를 재패하고, 이후 피에르 가르뎅이나 이브생 로랑과 같은 신예들이 프랑스 패션의 전성기를 누릴 때에 비하면 지금의 프랑스는 좀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치고 올라오던 앙팡 테리블 장 폴 고띠에가 이제는 큰 형님이 되었지만 그를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이 떠나간 시골처럼 지금 프랑스 패션계에는 노쇠해가고 있는 장 폴 고띠에 만이 외롭게 파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바로 역사이겠지만 오늘날 프랑스의 모습은 세계를 주도하던 모습이 그림자로만 남아있는 듯 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디자인 파워는 특별한 재능과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설사 디자인의 최고 윗자리는 다소 힘이 빠졌는지 모르지만 프랑스의 일반적 공간에서는 여전히 활력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루이 뷔통의 화려한 매장 앞을 지나는 일반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프랑스의 디자인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매장 안의 럭셔리함이 거리의 일반사람들의 옷차림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청바지에 티하나 걸치고 있을 뿐이지만 화려한 색상의 어울림은 고딕 시대부터 다져온 프랑스 특유의 귀족적 화려함을 D.N.A.처럼 머금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몇 명의 특출한 디자이너들보다는 평범한 행인들에게 녹아들어 있는 이런 모습에서 프랑스 디자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옷차림 뿐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어있는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들에서 프랑스 디자인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신호등, 지하철 간판의 독특한 모양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매우 비교된다. 말만 공공 디자인이 아니라 실지로 프랑스에서는 디자인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긴 19세기 말에 세워진 에펠탑이 여전히 파리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면, 프랑스의 디자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고딕시대, 15세기에 지어졌던 노틀담 성당의 석조물들이 파리 시내를 수호신처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 프랑스 디자인은 든든한 전통의 호위 속에서 자신을 찾아 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프랑스 디자인은 어떻게 전성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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