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미 머금은 자하 하디드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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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⑭

2011-06-16 오후 4:49:52


이걸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장신구라는 포괄적인 말 말고는 딱히 뭐라 하기 어렵다. 목걸이라고 하기에는, 어깨를 넘어서 허리에까지 감싸고 있으니 좀 무리이다. 하지만 무엇이면 어떨까. 목과 상체를 감아 흐르는 아름다운 금속의 곡선적 흐름이 장신구라는 범위를 넘어서 조각을 넘보고 있다. 일단 특이하고 재미있는 모양을 한껏 누리고 볼 일이다.


대체로 이런 디자인들은 우리가 가진 선입견들을 무력화시키고 그 위에 새로운 선입견을 새겨 넣는다. 단지 모양이 아름답고 기능이 어떻고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이런 디자인을 대할 때는 우선 우리의 머리 속에 살짝 여유를 내어 이런 장신구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장해 넣어야 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정관념에 충실한 일반적인 디자인들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미적 감흥을 얻게 된다. 이런 디자인은 눈과 같은 우리의 감각기관이 아니라 대뇌 안쪽까지 파고 들어와서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습에 충실한 다른 디자인과는 좀 다르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을 보고 습관처럼 기능성 운운하는 것은 상당히 딱한 일이 된다. 미인을 두고 화장을 잘 못했다고 면박 주는 꼴이랄까. 정히 못 마땅하다면, 잠시라도 우리의 정신을 놀라게 했으니 슬쩍 눈을 감아주는 아량이라도 베풀어주는 것이 좋다.


디자인이 꼭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그것 말고도 디자인에서는 얼마든지 많은 가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쓸만한 디자인들이 차고 넘치는 요즘의 상황이 디자인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힌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디자인이 기능성 뿐 아닌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능성만을 확보하면 되었던 시절에 비해 매우 부담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자기 디자인에 무언가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새겨 넣는 능력이 디자이너들에게 요청되고 있다. 그러면서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이 장신구를 디자인한 것은 자하 하디드. 건축가로 날리고 있는 사람이다. 바쁜 줄 알았는데 이런 장신구까지 디자인 할 틈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장신구의 첫 인상에서 이미 자하 하디드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진다. 건축물에 자주 등장했던 유기적인 곡면이 작은 장신구에서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은 형태의 아름다움도 뛰어나지만 그 심층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창의력. 대상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눈에 더 많이 띈다. 이 장신구 디자인에서도 그런 경향이 한껏 느껴진다.


장신구라는 게 꼭 정형적인 모양에 화려하기만 해 보여야 하는 것일까. 공예분야가 자칫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 부분적인 기교에만 충실하기 쉬운 사태에 대해 자하 하디드는 건축가로서 한 번 자극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좀 하고 다니긴 힘들겠지만 이런 장신구로 몸이 아닌 정신을 장식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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