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에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주었다. 어딘가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실내 인테리어를 미니 드레스 전면에 프린팅 한 것이다. 그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프린트는 사람들의 머리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각인됐다. 따지고 보면 그 시각적 충격의 근본 원인은 지금껏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이 그토록 정교하게 옷에 프린트됐고, 게다가 그 옷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교한 그림이 옷의 전면에 들어가게 된 것은 최근의 컬렉션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바로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이하 DTP)이라는 기술 덕분이다.
2010년 알렉산더 맥퀸의 S/S 컬렉션은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외계 생물 또는, 먼 미래에서 온 새로운 생명체의 이미지로 가득했었다. 이 컬렉션에서 알렉산더 맥퀸은 이미 뱀피나 나방의 날개 무늬 등 자연의 생명체를 이리저리 재구성한 프린트와 색다른 실루엣으로 가득한 컬렉션으로 충격을 준 바 있다. (사진①)
앞서 알렉산더 맥퀸은 2009년 S/S컬렉션에서부터 이러한 섬세한 프린팅를 선보였었다. 2010년 컬렉션이 자연물을 재구성한 새로운 창조였다면, 2009년 컬렉션은 자연물로 자연을 표현했다. 말 그대로 나무결 무늬를 옷으로 옮긴 것이었다. (사진②)
이 컬렉션이 영향을 준지 모르지만 그 해 F/W 컬렉션에서 메리 카트란주 또한 DTP를 이용한 컬렉션으로 데뷔했다. 그녀의 데뷔 컬렉션의 콘셉은 샤넬 넘버 5만 입고 잔다는 마를린 먼로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몸을 감싸는 다양한 향수병을 옷에 프린트한 컬렉션이었다. (사진③)
심지어 앞서 소개했던 인도 디자이너 마니쉬 아로라의 2009년 F/W 컬렉션에서도 DTP로 더없이 정교하고 화려한 프린트의 의상을 선보였었다. 천상의 세계, 아바타의 세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자연 생태계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④)
분명 수만 가지의 색을 구현할 수 있는 DTP 기술은 많은 디자이너이 그들의 무궁한 영감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만약 메리 카트란주나 다른 디자이너들이 DTP 기술을 기술로만 접근했다면, 그들의 옷이 우리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겨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지식이 더욱 늘어날 것 같지만,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듯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못한다.
수만 가지의 색상, 명도, 채도를 조절할 수 있는 DTP를 이용한 플래카드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듯, 결국 어떤 콘셉으로 기술을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메리 카트란주의 컬렉션을 지켜보게 되는 것은 그녀의 컬렉션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와 패션의 경계
앞에서 봤던 옷들의 공통된 특징을 꼽으라면 대칭성이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옷을 접어 찍어낸 듯 양쪽이 똑같다. 데뷔 때부터 메리 카트란주의 디자인 방법론은 거의 변함이 없다.
옷의 대칭과 비대칭적 구성, 트롱프뢰유 기법, 평면과 입체의 넘나듦, 액세서리의 새로운 가능성 등은 그녀의 다음 행보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현디자인 고학수 연구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