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꼬르뷔지에의 롱샹 성당 ‘도를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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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오후 3:35:07

동양에서는 ‘도를 통했다’ 라는 말이 있다. 서양의 조형예술에서 이런 말이 적합한 경우는 별로 없다.
테크닉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포스를 보여주는 사람은 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르 꼬르뷔지에는 좀 예외이다. 그의 후기작품들을 보면 건축에 대한 어떤 먹물끼(?) 가득한 이념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양 사람들이라면 다만 도를 통했다는 말만이 절로 흘러 나온다.


시멘트도 도를 통하다
롱샹 성당은 2차 대전 후 르 꼬르뷔지에가 설계한 건축물 중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물론 라 투레트 수도원이나 인도의 찬디가르 도시계획도 못지않지만, 그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예로서는 롱샹 성당이 앞 줄에 설만하다. 일단 롱샹 성당을 한 번 보도록 하자.
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현대 건축의 3인방으로 꼽히며 기하학적 모양의 건물만을 디자인 하던 사람이 이렇게 혁신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건축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아무리 자하 하디드나 프랭크 게리의 초현실적 건축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눈에도 롱샹 성당의 모습은 혁신적이다.



도저히 건축물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모양이다. 지붕의 모양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벽채의 기울기나 모양, 그리고 벽채를 뚫고 나오는 창문인 듯한 구멍들의 하모니는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음악에 가까운 모습이다. 건물이라고 보기에 황당한 구조들의 어울림은 건축물보다는 조각이라 함이 정확할 듯하다.
하지만 이건 어김 없는 성당 건축이다. 게다가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부각되는 존경받는 건물이다. 과연 이 특이한 건물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 때문에 21세기를 넘어선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일까? 건물을 하나씩 따져 보기로 하자.


롱샹 성당에 대해 말할 때 대부분 빼는 것이 터잡기이다.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잘 안 들어오는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롱샹 성당의 위대함을 이루는 데에 있어서 뺄 수 없는 내용이다. 롱샹 성당은 다른 서양 건축과는 달리 산 꼭대기 즈음에 광활한 대지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우뚝 서있다. 우리나라의 절이 터를 잡는 것과 유사하다. 부석사를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건물과 자연의 관계에서 이미 드라마틱한 경관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기존의 서양 건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보인다.


입구에 들어가면 벽과 문이 역시 독특한 외양을 하고 있다. 벽은 그렇다치고 건물에 들어가는 문이 매우 독특하다. 닫으면 벽이요, 열면 문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르 꼬르뷔지에의 매우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롱샹 성당의 진면목은 건물 안에 들어가야 비로소 맛 보게 된다. 시멘트 덩어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롱샹 성당은 다르다.



어두운 건물 안을 타고 들어오는 빛의 흐름이 성당 내부 공간을 끝없는 감동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한다. 거친 시멘트벽을 타고 들어오는 빛의 질감은 롱샹 성당을 지탱하는 기둥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두움과 밝음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두툼한 성경 한 권을 완전히 압축해 놓은 모습이다. 어떤 성직자가 이 건물보다 감동적인 설교를 할 수 있을까? 르 꼬르뷔지에가 어떻게 해서 이런 건물을 디자인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도를 통 했다라는 말 밖에는…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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