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지중해 파도가 치는 절벽 위에 위치한 별장의 실내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거실의 커튼을 휘날리고, 대리석과 샹들리에로 장식된 실내는 럭셔리하다. 휴가를 즐기기 위한 주인 가족이 들이닥치기 전이라 아직 실내는 잘 정리돼 있고 고요하다. 혹은 어느 귀족의 성에 수영장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 일지도 모른다.
메리 카트란주의 옷을 보면 이러한 스토리가 그려진다. 대부분의 컬렉션을 보면 디자이너가 표현하고자 했던 어떤 인물이나 캐릭터가 느껴진다면 – 예를 들어 초원을 뛰노는 영국 소녀라던가, 섹시한 여자 형사라던가 하는 식의- 그녀의 옷은 캐릭터보다는 어떤 실내 풍경이 떠오른다. 당연하다. 그러한 배경이 되는 실내가 옷으로 그대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옷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다. 충격적이라기 보단 너무나 새롭고 신선하다. 신인 패션 디자이너에게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옷. 옷으로써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디자이너 메리 카트란주를 소개한다.
그리스 아테네 출신인 메리 카트란주는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다시 런던의 세인트 마틴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했다. 졸업 후 2008년 가을 컬렉션부터 단독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작품부터 그녀는 남들과 다른 텍스타일 디자인과 마치 기계같이 큼지막한 액세서리로 눈길을 끌었다. 반복적인 문양이 아닌 옷 전면에 그녀 특유의 그림이 들어가는데 컬렉션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안정화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매력적인 만남
그녀의 그림은 일종의 현대 회화 같다. 이번 시즌 그녀의 옷에는 어떠한 실내의 모습이 그대로 프린트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초현실적이다. 그녀의 옷은 과연 프린트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다면 가능했을까? 그렇다고 과연 기술만 있었다고 저런 옷을 만들 수 있었을까?
분명히 그녀의 옷의 매력은 단순히 프린트 기술이 좋아서라고만 할 수 없다. 기본이 되는 그림도 좋지만, 그 그림에 깊이감을 주기 위한 다른 장치들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우선 일반적인 천의 반복 무늬가 아닌 실내의 한 풍경이 온전히 원피스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꽃무늬나 동물같이 하나의 오브제가 아닌 공간이, 그것도 완벽히 대칭적인 실내 공간이 옷에 프린트되면서 실제의 세계가 아닌 이념의 세계가 옷으로 표현된 듯하다.
트롱프뢰유처럼 극사실적 그림에 갑자기 평면의 조각들이 콜라쥬 되면서 화면이 다채롭게 채워진다. 게다가 단순히 포토샵의 2차원적 작업뿐이 아니라, 그림 속 실내의 오브제들이 3차원의 표면 장식으로 나타나면서 그녀의 옷은 한층 입체적이 된다.
사진③의 경우는 커튼이 가슴의 볼륨감을 더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실내장식을 위한 꽃도 리본 자수로 입체적으로 표현되었고, 치마부분은 색감만으로 화려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빛에 의해 반짝거릴 수 있는 스톤 장식이나 플라스틱 조각들로 이어져있다. 디지털 프린팅을 이용하면 어떠한 그림도 천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한 기술은 분명 자유로운 상상력을 구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기술만 있다 해서 메리 카트란주의 옷처럼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옷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합쳐졌을 때, 그 기술은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 그녀의 옷은 원피스, 또는 드레스로만 채워졌다. 그림이 큼지막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상, 하의가 분리 된 것보다 원피스처럼 큼지막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치마단과 어깨의 실루엣이나 구조가 섬세하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디자인연구소 고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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