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컬렉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 디자이너 마니쉬 아로라의 패션은 인도의 조형 예술과 정신에 바로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그만의 희소성은 유럽의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며 패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단초가 되고 있다.
그의 옷은 연령으로 치자면, 관록 있고 중후한 중년의 이미지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이 같다.
그 특유의 색 조합은 인도의 힌두교 신들을 그린 그림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옅은 청보라색 피부를 가진 신들은 보색대비의 노란 옷을 입고 있어 화려함을 강조한다.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에 사용되는 천처럼 원색의 천에 자수나 금박으로 장식을 하고, 크고 화려한 무늬를 넣는 것 등도 그가 항상 보고 살아왔던 인도의 모습 그대로이다.
사진 우측 에서 보이는 색의 쓰임이나 옷의 구조 모두가 위에서 설명한대로 인도의 조형 원리가 들어가 있는 옷이다. 원피스 색의 기본 바탕으로는 명도가 비슷하면서 인접색인 하늘색과 연보라색을 이용하여 눈에 번쩍이는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어깨와 구두를 금속재질의 재료로 장식하여 인도의 금장식 액세서리의 화려함과 힌두교의 무사적 이미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가지 눈 여겨 봐야 될 것은 옷의 실루엣이다. 마니쉬 아로라 옷의 실루엣은 조금씩 평범함을 벗어나 있다. 단순한 원피스가 아니라 어깨나 엉덩이쪽이 각지게 되어 있다거나, 부풀어져 있다. 우측 사진 에서도 어깨의 금속 장식을 빼고 보면 소매가 물결 모양을 그리며 떨어진다. 그러한 실루엣의 변형은 단순한 시각적 파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보완해 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모델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여성들이 몸에 딱 달라붙는 미니블랙 원피스나 스키니진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색상이나 무늬가 화려하다 보니 눈이 현혹되어 놓치기 쉽지만 그의 컬렉션에서는 분명 여성의 몸매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실루엣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좌측 에서도 초현실적인 그래픽이 옷 전체에 들어가 있으면서 허벅지에 얇은 천을 덧대었다. 즉 구조는 스키니 진인데, 천하나를 덧대서 정면에서 봤을 때 실루엣은 배기팬츠가 되어 허벅지 라인을 시각적으로 혼돈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마니쉬 아로라가 단순히 쇼킹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아마추어가 아닌, 여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관록 있는 디자이너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기대되는 파코 라반의 계승
그는 파코 라반의 새로운 수장을 맡게 되었다. 파코 라반은 1960년대 후반, 천으로만 옷을 만드는 관습에서 벗어나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종이 등을 이용하여 옷을 만들면서 옷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디자이너였다. 데뷔 초 작품은 실용성보다 조형미에 더 큰 비중을 둔 예술 작품으로서 디자인과 소재에서 혁명적인 새로움을 추구하였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면서 실용성보다는 예술성에 더 비중을 두는 마니쉬 아로라의 파코 라반 계승이 참으로 기대된다
고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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