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에바솔로의 피자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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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9 오후 2:22:46


아름다운 모양을 가진 디자인은 우리들의 눈을 자극하면서 보는 눈을 높여줌과 동시에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눈만 슬쩍 건드리고 지나간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디자인이 그저 눈이라는 감각기관 만을 자극하고 만다면 입에만 단 음식처럼 50% 이상 모자란다. 디자인이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눈과 같은 시각기관 만이 아니다. 디자인의 아름다운 외형 그 안쪽 깊숙한 곳에 의미있는 내용이 담겨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눈을 지나 정신을 자극하면서 보는 사람들을 감동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그냥 예쁜 사람과 속이 깊은 사람의 차이라고나 할까? 모양새 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뛰어난 디자인들을 보면 그런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뒤에 있는 피자 조각을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이 희한하게 생긴 물건은 피자 커터이다. 일반 피자 커터가 진짜 칼처럼 생겼다면 이 칼은 칼의 모양과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둥글고 큼직한 칼날이 잡기 편하게 생긴 손잡이에 붙어있다. 둥근 금속의 가장자리 부분에 날이 서 있다. 그래서 피자를 자를 때는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유선형의 모양을 한손에 편하게 잡고, 굴렁쇠를 굴리는 것처럼 그냥 피자 위로 굴리면 피자가 깔끔하게 잘라진다.


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용하는 방법이 특이해서 흥미를 돋운다. 질긴 피자 조각 위로 어렵게 칼을 왔다갔다 하지 않으면서 피자를 자를 수 있다는 편리함과 깔끔함이 고맙게까지 느껴진다. 아무리 피자 위를 왔다갔다해도 피자는 물론이고 피자 위에 얹혀있는 치즈가루도 흔들림이 없다. 성능에 있어서도 매우 흡족한 커터이다.


그런데 쓰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실 이 커터를 칼로 생각하면, 과도처럼 생긴 칼에 비해 크기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둥근 칼날이 손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쓰지 않을 때는 이 둥근 칼날을 바닥에 납작 붙여 놓으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 서슬퍼렇던(?) 칼의 존재감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투명하게 스며들어 버린다. 납작한 금속 칼날은 바닥과 한 몸이 되면서 날카로운 날을 수평의 바닥으로 숨겨버린다. 그리고 둥근 금속 칼날의 판은 넓은 받침대가 되고, 한 손에 스르륵 감겨 들어올 것처럼 생긴 손잡이는, 마치 작품 대 위에 세워진 조각품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서있게 된다. 이렇게 피자 커터가 주방 한 켠에 놓여 지게 되면 주방은 그대로 화랑이 될 것처럼 보인다.


형태도 아름답지만 쓰지 않을 때 칼날이 바닥에 붙어있게 되니 손이 베일 위험이 전혀 없어진다. 간단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되지 않을 때를 고려한 아이디어가 그냥 재미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예술의 문을 두드린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마음을 자극하는 아이디어가 이 디자인의 가치를 한참이나 높여주고 있다. 이런 디자인은 단지 우리에게 이쁘다거나, 쓰임새가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마치 애완동물처럼 마음에 덥썩 안긴다.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무생물인데도.....이 피자커터는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아니라, 덴마크의 유명한 주방용품 메이커인 ‘에바솔로’의 상품 중에 하나이다. 요즘 대세가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에바솔로는 그런 사실을 한 눈에 입증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그리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탁월한 쓰임새, 마음을 파고드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눈이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는 북유럽 디자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자 커터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디자인 상품들에서도 같은 감동을 가져다주고 있다. 주방용품을 사용하면서 부가적으로 큰 기쁨을 보너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나 가치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이나 관점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것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눈이 아니라 마음을 떠야 이런 디자인은 가뿐하게 우리들의 마음으로 들어 올 것 이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볼 디자인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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