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소식과 함께 여기저기서 결혼식이 한창이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었는지는 물론 언제부터인가 신랑의 차림새에도 많은 하객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활이 어렵던 시절에는 일생 일대의 대사인 결혼식 때 양복 한 벌 맞춰, 결혼 후까지 요긴하게 입으려 했었다. 그래서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검정색이나 곤색 상하의를 예복으로 입었다. 지금 그 풍속이 바뀌고 있다. 심심치 않게 서양 남성의 예복 차림인 신랑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서양의 남성복에서 에티켓이 만들어진 계기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이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바삐 돌아가는 산업 사회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사교를 비롯한 각종 모임이 펼쳐졌다. 귀족들만 즐기던 문화를 일반인들이 향유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의생활도 달라졌다. 낮의 옷과 밤의 옷, 즉 옷에서의 에티켓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에티켓은 저녁 6시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6시 이전의 예복으로는 모닝코트와 프록코트를 입으며, 그 이후에는 턱시도(Tuxedo)와 연미복을 입는다. 저녁용 정식 예복인 연미복(燕尾服, swallow tail coat)은 허리에서 앞자락이 잘리고 뒤쪽에만 꼬리가 있는 옷이다. 그 꼬리가 제비 꼬리 같다하여 연미복이라 부른다. 턱시도는 뉴욕의 Tuxedo Park 에서 비롯된 말이다. 1880년경 이 지역의 백만장자들이 저녁 모임에 정식 예복이 아닌 간이 예복으로 이 옷을 입었고, 전 유럽으로 퍼져 턱시도가 저녁 간이 예복이 되었다. 연미복의 꼬리 부분을 없애 간소화시킨 것이다. 기본적인 형태는 오늘날 남성 상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칼라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떤 칼라나 모두 비단(satin)으로 만들어 저녁 예복의 분위기를 살렸을 뿐이다. 따라서 턱시도에는 꼬리가 없고 칼라가 새틴으로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에서 이것들을 아무 구분 없이 많이 입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턱시도’라는 단어를 대한민국 남성들이 입는 모든 예복에 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닝코트는 연미복과 달리 앞 중심에서 뒷쪽으로 서서히 잘려 나간다. 언뜻 보면 연미복처럼 보이지만 허리 아래가 사선으로 잘리면서 뒤로 이어지는 것이 다르다. 때론 ‘모닝코트’를 입었음에도 ‘턱시도’라고 한다. 옛날식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턱시도를 6시 이전의 결혼식에서 입는 것도 잘못이다.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이 같은 잘못이 연유됐는지는 알 수 없다.
옷은 T(Time), P(Place), O(Occasion), 때와 장소와 경우에 따라 입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옷에서의 에티켓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어떤 가치나 규칙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밤과 낮의 옷, 그리고 꼬리가 있고 없고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신랑이 또는 파티의 주최자가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되게, 그리고 멋있게 보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 하여도 각기 다른 이름이 있고, 하는 일 역시 똑같지 않다. 비슷하다해서 구분 없이 부르거나 입는 것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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