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이토의 ‘OGO’ 생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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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 8

2011-04-08 오후 6:12:40

생수병 디자인이 디자인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디자인이란 게 상품의 겉모습을 꾸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수의 경우에는 디자인의 역할이 다른 어떤 상품에 비해서 중요하다. 상품 자체가 맑은 물인 생수회사 입장에서 볼 때, 맛을 보지 않는 이상은 자사의 생수가 타사의 것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병 모양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처음에는 단지 생수의 맑고 깨끗함을 위주로 생수들을 판매했지만 점점 생수브랜드들은 자사의 생수를 돋보이게 하는 데에 병 모양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생수병의 획기적인 디자인들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프랑스의 오라 이토가 디자인했던 오고(DGO) 생수병이다. 병이라면 원기둥 모양일 거라는 우리의 선입견에 오라이토가 디자인 한 동그란 구 모양의 생수병은 일단 충격을 가하고 있다. 모양은 단순하기에 그지없는 구 모양이다. 구모양이야 하나도 생소하거나 충격적일 것이 없는 형태이다. 병이 구모양이 되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그 누가 생수병이 구처럼 동글동글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보면 쉽지만 우리가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은 그렇게 만만하게 둥근 병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오 폰티라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아직 깨닫지 못하는 가치를 창조했을 때 디자인은 성공할 수있다라는 말을 하였지만, 오라 이토의 이 생수병은 그러한 지오 폰티의 요구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형태만 쇼킹한 것은 아니다. 한 손에 촥 감겨 들어오는 크기는 세상 그 어떤 병들도 맛 보여주지 못하는 감촉을 선사한다. 디자인이 꼭 눈에만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눈으로 보기에도 깜찍하고 귀엽기 그지없다. 이 속에 든 것이 설사 맹물이라도 한 입에 마셔 버리기에는 아까울 것 같지 않은가. 이 생수병의 진정한 묘미는 그런 기능적인 것보다는 물방울을 확대한 듯 하기도 하고, 산소의 O를 상징하는 것 같은 모양이 주는 의미론적인 가치, 투명하고 깔끔한 모양에서 우러나오는 청량감이라 할 수 있다. 산소의 O자를 형용하여 생수병의 몸통을 디자인했다는 디자이너의 말도 있지만, 너무 동그란 모양이나 몸통에 프린트된 글자들의 화학적인 분위기는 생수라기보다는 증류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투명하고 동그란 물방울을 손으로 들고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는 병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오라 이토의 이 디자인은 투명한 플라스틱 생수병 안쪽으로 푸근한 온기를 지피고 있다. 이 생수병을 디자인 한 오라 이토는 사실 학교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뛰쳐나간 불량학생(?)이기도 했다. 바로 실무에 뛰어들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에 루이 뷔통 가방을 가짜로 디자인 했다가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오라 이토라는 이름도 본명이 아니다. 자기가 지은 브랜드명이 오라 이토인데 이제는 본명보다 이 이름으로 더 잘 통하게 되었던 이토 모라비토는 1977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태어났다. 학교를 그만두고, 구두 디자이너 로저 비비에르(Roger Vivier)를 만나기 전까지 건축 디자인을 이토 모라비토는 1998년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 오라 이토(Ora Ito)를 만들기에 이른다. 루이비통의 가짜 상품 디자인은 이때 시작된 것이었다. 이 깜찍한(?) 짓을 한 이후로 그는 카펠리니, 마지스, 리바이스, 오고, 알랭 미클리, 알파 로메오, 까르띠에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작업할 기회를 얻게 된다. 많은 디자인 유망주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가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오라 이토는 외려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을 뛰어난 후속타들을 내놓으면서 확산시킨다. 특히 이 특이한 생수병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그는 시적 감수성에 있어서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세계 디자인계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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