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넘쳐 흐르듯 낭만적인 파리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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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자인 기행 ⑧

2011-04-04 오후 2:21:57


디자인이란 산업 냄새가 나는 그릇으로 프랑스, 그것도 파리를 담는다는 것은 좀 미안한 구석이 있다. 유서 깊은 사연과 뛰어난 감수성으로 갈고 닦인 도시의 풍성한 분위기에는 상품이나 생산과 같은 건조한 단어들이 스며들어갈 틈새가 보이지 않는 것이 큰 이유이다. 그렇지만 디자인을 꼭 기업과 소비자로 나누어서 보는 것도 합법적이지는 않다. 17, 8세기의 그 찬란한 귀족적 취향이 디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또 어디 있는가. 그런 점에서 프랑스는 독일이나 미국의 디자인에 찌들은 한국 사람의 고정관념을 씻어주는 면이 적지 않다.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프랑스 같이 유럽의 문화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나라는 무언가 다르다. 가령 도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축물을 보더라도 프랑스의 건물들은 단지 고전적이라고 말하고 그만둘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고풍스러운 가운데에 무언가 풍요로운 것이 있다.
여기에 비하면 영국의 고전적 건축물들은 좀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고전주의라고 하면 사실 권위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그런 권위를 귀족적 취향으로 따끈하게 녹여내는 센스를 예부터 가지고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만 하더라도 규모와 장식을 내세우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개선문을 멀리 둔 샹젤리제 거리 또한 얼마든지 딱딱하고 권위적일 수도 있었지만 뭔가 구름 위를 사뿐 사뿐 걷는 듯한 미적 마감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마무리 하고 있다. 파리와 프랑스를 상징한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이런 공간과 건물들이 자아내는 분위기에서 벌써 바게트 빵처럼 말랑말랑한 프랑스적 매력을 한껏 맛보게 된다.


아무튼 프랑스라고 하면 화려한 귀족적 취미를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없다. 거리를 걷다보면 흔히 만나게 되는 금빛 찬란한 구조물들은 우리를 금방 프랑스의 귀족사회로 옮겨놓는다.


전통의 매력이란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최첨단 기술이나 재료, 때가 타지 않은 것들은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헌 것이라고 버리고 있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리의 도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액토르 기마르의 지하철 장식들을 보면 산업 시대에 들어서서도 프랑스는 화려한 귀족적 취미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프랑스는 고급문화를 대중화해서 일반인들이 귀족적 취향을 즐길 수 있게 했었다는 것도 짐작하게 한다. “프랑스는 한 명의 대통령과 4000만의 귀족들이 사는 곳”이라고 한탄했던 프랑스의 한 대통령의 푸념은 푸념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불꽃놀이도 색채 계획을 세워 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성품을 보면 무엇을 하더라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프랑스의 문화적 특성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도 현대 미술처럼 만드는 센스는 과연 어느 나라 사람들이 할 수 있을까? 버스의 시트 커버의 색상과 손잡이의 색깔도 맞추어 놓는 프랑스 사람들의 감각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프랑스, 파리라는 도시 전체는 예술이라는 문법으로 계획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하철 벽을 이처럼 고전주의적 화풍의 광고로 디자인하는 나라가 과연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그러나 프랑스, 파리의 디자인을 생각하면 뺄 수 없는 것이 루이뷔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매장이라면 과연 원조 중에 원조라 할 만 할 것이다. 귀족적 기품과 현대적 센스가 잘 녹아들어 있는 매장의 면모들은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무게감이 장중하다. 그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돈 자랑만 하는 인간(?)들로 오해되는 것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위기 앞에 어찌 줄을 서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럭셔리함 만이 프랑스의 패션을 모두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심지어 거리를 오가는 구조 요원들의 옷차림이 이 정도로 럭셔리 하다면 우리는 파리를 단지 명품들의 온상으로만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는 단지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되지는 않지만, 모든 삶과 그것을 북돋우는 모든 디자인들에 이처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유전자가 들어 있다. 그러니 어찌 프랑스를 디자인의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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