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은 1860년대와 1919년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크리놀린 스타일(1848∼1870년)’, ‘버슬 스타일(1870∼1890년)’, ‘아르누보 스타일(1890∼1910년)’ 등 서양복식사 책을 넘겨 보듯 다양한의상들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서양사에서 19세기는 근대사회가 형성되고 발전한 시기이며 서양의 복식문화가 근대화되고 시민 복식이 정착되어 가는 시기였다. 근대사회를 구성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구체적으로 직물산업, 그 중에서도 면직공업을 기점으로 하여 발생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증기기관의 활용을 석탄과 제철 등의 광업을 발전시켜 산업 전반의 근대화를 밀어주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처음으로 일반인의 생활에 침투하면서 복식 재료와 다양한 디자인이 발전할 수 있었다.
귀족을 모방한 크리놀린
리허설 때의 사고로 무대를 떠났던 ‘칼롯타’가 다시 돌아와 무대에서 입었던 거대한 핑크 드레스는 쩌렁쩌렁한 그녀의 목소리와 더불어 인상 깊었던 의상이다. 자수, 리본, 러플, 태슬, 레이스 등 과다한 디테일과 오프 숄더로 어깨를 드러내고 스커트를 풍성하게 부풀려 허리를 강조한 이 ‘크리놀린 스타일’은 연대에 따라 그 실루엣이 변화되었다. 나폴레옹 3세 초기에는 밑단이 많이 퍼지지 않는 벨 모양이었고, 1850년대 후반기에는 닭장처럼 아래가 둥그렇게 퍼진 형태였으며, 1860년에 이르러 앞은 납작하고 양옆과 뒤가 부푼 형태로 변화되었다.
스커트 버팀대였던 크리놀린(crinoline)을 다시 등장시킨 이들은 부르주아 층이었다. 과거 귀족이 누렸던 부귀와 영화를 모방하려 했던 부르주아 층이 1세기 동안 보이지 않던 크리놀린을 다시 만들어 스커트를 최대한 부풀린 형태인 ‘크리놀린 스타일’을 즐겨 입은 것.
실용적으로 변화한 버슬
18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귀족 풍의 불편한 아름다움은 실용적인 경향으로 바뀐다. 로맨틱한 크리놀린 스타일은 현저히 줄어들고 장식도 비교적 간소화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지속되던 귀족 풍이 한순간 없어질 수는 없었으므로 옆의 부풀림이 뒤로 몰린 ‘버슬 스타일’로 진행되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크리스틴’이 입은 의상 대부분이 버슬 스타일을 기초로 한 디자인이다. 가슴을 깊이 파고 어깨는 살짝 드러내고, 엉덩이를 강조한 이 스타일은 스커트의 폭이 좁아진 만큼 뒤 트레인을 길게 늘어뜨린다. 트레인이 길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짧아진 스커트 길이 때문에 다리가 노출되자 이 시대 여성들은 스타킹을 즐겨 신기도 한다. 지하로 내려간 크리스틴의 시스루 드레스 안의 스타킹도 이러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선의 S 커브&아르누보
과거의 이야기는 컬러로 현재의 이야기는 흑백으로 구분된 <오페라의 유령>에서 흑백 장면에 다시 등장한 발레단장인 ‘마담 지리’는 ‘아르누보 스타일’ 의상을 입고 있다. ‘아르누보 운동’이 활발했던 1890년대가 되자 크게 부풀렸던 버슬의 곡선이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전체적으로 날씬한 ‘아워글래스 실루엣’(1890∼1900년)이 등장했다. 심플한 디자인 때문에 어깨와 소매가 부풀거나 좁아지는 등의 변화를 이룬 아르누보 스타일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허리선 아래로 뾰족한 곡선을 그려 더욱 가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주는 ‘S 커브 실루엣’(1900∼1910년)으로 변화한다.
화려한 여성복에 가려진 단촐한 신사복
왕정복고 시대에 남자 복식에서 볼 수 있었던 귀족적인 품위는 1848년 2월혁명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부르주아 층에서는 일반 시민들과 구별하기 위해 귀족적인 분위기를 되찾으려 했으나, 일반 시민사회에서는 검소한 복장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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