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디자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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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오후 5:31:48

디자이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성적인 디자이너와 감성적인 디자이너.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스타일일 뿐이다. 이성적인 디자이너들이 감성을 배제하는 일은 결코 없고, 마찬가지로 감성적인 디자이너들이 이성을 뒤로하는 일은 더욱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형태를 구현하는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지난주에 살펴본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디자이너들은 비례의 원리에 치중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장 폴 고띠에 같은 디자이너들은 대비의 원리에 치중하는 바가 크다. 아르마니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상당히 지적으로 다듬는 스타일이다. 이런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보여줄 것만 딱 보여주고 끝내기 때문에 디자인이 대부분 깔끔하다. 하지만 디자이너들 중에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창조적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유형상으로는 아르마니와 대척점에 있는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은 칼로 자른 것마냥 정리되지는 않지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 찬다.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 혼란 속을 헤엄쳐 다니는 예술적 힘과 신비함은 강렬한 심미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얼핏 보기에 이런 디자이너들은 속에 들어 있는 열정이나 감각이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날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뛰어난 디자인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다. 이들의 불타는 열정에 숨겨진 형태전략은 차갑기 그지없다. 깔끔하게 정리된 아르마니의 디자인과는 달리 열정과 혼란으로 속에서 형태를 꾸려나가는 디자이너들의 노련한 솜씨를 독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그 속에 깔린 일관된 형태전략들을 발굴할 수가 있다. 겉으로 볼 때는 생각보다는 감성으로 충만한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감성이나 감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아예 소통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은 형태요소들이 대단히 치밀하게 조율되어 있다. 형태의 인상만 보고 이성적 디자인이다, 감성적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방법론을 단언하는 것이야말로 감성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디자인을 열정이나 감성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더 엉큼할(?) 수가 있다. 어떤 유형의 디자인이 되었든 좋은 디자인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개성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장 폴 고띠에의 디자인을 통해 열정적인 형태들 속에 숨겨진 형태전략들을 세심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기우뚱한 대비 열정은 대개 부딪힘에서 온다. 부딪힘이 심할수록 열정의 강도도 강해진다. 장 폴 고띠에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형태요소들이 어울려 있기 때문에 우리의 눈을 강하게 자극한다. 개성이 강한 디자인들은 대개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대비원리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이것은 아르마니의 디자인과 같이 단순한 디자인들이 비례의 원리에 많이 기대는 것과 같다. 비례에 비중을 많이 두는가, 대비에 비중을 많이 두는가에 따라 두 가지 경향의 디자인으로 양분된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는 말은 아니다. 대비가 강해지면 어쨌든 눈에 튀고 열정적으로 보인다. 장 폴 고띠에의 패션 디자인 그림을 보면 목을 감고 있는 머플러(A)와 비스듬히 내려오고 있는 넓은 면의 원피스 몸통(B), 치마 끝부분의 화려한 모양의 장식(C) 등이 강하게 대비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대비는 아르마니와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의 대비와는 조금 다르다. 형태요소들의 성질이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강한 대비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형적으로 서로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강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디자인에서는 조형적 성격이 반대되는 형태들이 대칭적으로 자웅을 겨루면서 대비를 이룬다. 대비되는 형태들의 형태적 무게가 같기 때문에 서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장 폴 고띠에의 디자인에서는 형태적 무게가 수학적으로 엄밀히 계측되어서 대비를 이루지는 않는다. 앞의 것이 투쟁에 기대는 대비라고 하면 뒤의 것은 혼란에 기대는 대비라고 할 수 있다. 투쟁은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혼란은 역동감을 유발한다. 장 폴 고띠에의 이 엄밀하게 계산되지 않음의 대비는 바로 날 것의 생생함을 환기시키는 전략이다. 어쨌든 대비는 대비인지라 서로 다름의 경계를 가지며 조형적 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있다. 이것을 기우뚱한 균형, 기우뚱한 대비라고 하자. 대비의 요소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을 감고 있는 머플러(A)는 여러 가지 방향과 여러 가지 두께를 가지고 복잡하게 엮여 있다. 반면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옷의 면(B)은 동세의 방향이 분명하고 형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대비가 된다. 혼란함, 복잡함과 분명함, 단순함의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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