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심가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11월 12일 헤리츠웨딩컨벤션에서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마련한 ‘어르신들의 결혼식’이었다. 행사 이름도 ‘아주 특별한 결혼식’. 혼례를 올리는 신랑·신부들은 모두 환갑을 넘긴 60세 이상이었다. 식장에는 이런 저런 사연으로 혼례를 치르지 못한 어르신 부부 7쌍과 하객 200여명이 참석했다.
결혼식에 앞서 뉴시니어 라이프(대표 구하주) 실버 모델들의 패션쇼도 결혼식 분위기를 이끌었다. 혼례식은 커플마다 가진 절절한 사연들이 직접 드라마처럼 엮어지면서 진행되었다. 손자 손녀가 하객이 되어 참석한 이 특별한 결혼식은 분위기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찡한 현장이었다. 주인공인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들도 처음부터 식이 끝날 때까지 웃다가 울다가 했다.
이들이 왜 결혼식도 못 올리고 살아왔는지 궁금했다. 신모(81)씨 부부는 어머님의 중환으로 식을 올리지 못하고 신고만 하고 살았다고 했다.
심모(67)씨 부부는 예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으나 종교 때문에 양가의 반대가 심해 성당에서 혼배 성사만 올릴 수밖에 없었단다.
강모(74)씨 부부는 나이 차이가 많다는 이유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으나 서로를 향한 굳건한 사랑으로 결혼에 골인했다. 1남 1녀 중 아들은 가수가 되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모님의 결혼 축가로 불러 주변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윤모 (70)씨 부부도 생활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했다. “자녀들 앞에서 결혼식 올려 기쁘다.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 열정과 패기로 인생길을 다시 가겠다“고 다짐했다.
고모(74)씨 의 신부 안모(68)씨 역시 생활이 어려워 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변함없이 사랑한다며, “♪♪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내 신랑아…♪♪ ” 하는 사랑의 노래를 선물했다.
이 땅에서의 최초 서양식 결혼식은 1890년 2월 정동 예배당에서 거행됐다고 한다. 1907년 정신여학교가 제1회 졸업생 11명을 배출하고, 졸업생 중 세 쌍의 합동 결혼식이 있었다. 아마도 최초의 합동 결혼식이었을 것이다.
서양식 결혼식이 일반화되지 못한 상항에서 합동 결혼식은 획기적인 일로 받아졌으리라. 합동 결혼식이 세인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1960년 시작된 종교계의 합동 결혼식이다.
이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합동 결혼식과 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부부들을 위한 합동 결혼식이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올려졌고, 차츰 다문화 가정을 위한, 새터민들을 위한 합동 결혼식들도 심심치 않게 이어졌다.
이날의 7쌍 노신랑·신부는 모두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해왔음이 자손들과 친지들 앞에서, 그리고 사회에 확실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식이 진행되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재 다짐하는 이들의 고백에 한 치의 거짓도 없어 보였다. 바로 그런 서로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숱한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남녀가 결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로에 대한 사랑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같은 결혼식이 올려지도록 배려하고 있는 기관이나 이 사회가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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