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디자인? 실험실의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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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_후세인 샬라얀 1

2010-12-03 오후 7:05:15



패션 디자이너? 과학자?

후세인 샬라얀은 독특한 패션 디자이너이다. 아틀리에보다는 실험실이, 트렌디하고 시크한 옷차림보다는 기름 때 묻은 청바지와 낡은 스웨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공돌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드는 그런 컬렉션은 여느 패션 디자이너의 것과는 다르다. 테이블 보가 치마로 바뀐다든가, LED를 이용해 화려한 영상으로 빛이 나는 원피스, 손을 대지 않고도 태양열 반사판이 나타나는 옷, 저절로 움직이며 길이가 조절 되는 옷,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는 옷 등을 선보인 컬렉션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후세인 샬라얀만큼 컬렉션을 사진으로만이 아니라 영상으로 소개하고픈 디자이너도 드물다.


이렇게 그는 과학 기술을 접목하여 옷을 선보이는데 그 옷이 아름답다. 패션과 과학이 만났을 때 옷이 아름다워 보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보통은 올림픽 개막식의 무대 의상처럼 전체의 어울림이나 조화보다는 단순히 나 옷에다 이런 기술도 구현할 수 있다는 듯 뻐기기에만 급급하여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데, 샬라얀의 옷은 아름다움까지 놓치지 않는다.


사람으로 치자면 마치 머리도 좋은데 외모까지 멋진 엄친딸처럼 질투 나는 캐릭터랄까.


후세인 샬라얀은 그러한 과학 기술을 옷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그는 아름다움도 제대로 볼 줄 알고 다룰 줄 안다는 점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실험주의자
한 눈에 봐도 아름다운 여성의 자태가 보인다. 여름이 생각나는 하늘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된 무릎까지 덮는 저지 원피스.
어깨는 시원하게 노출 시키고, 그에 대비시켜 치마는 무릎까지 덮는 길이로 전체적인 비례미가 뛰어나 우아하고 매력적인 숙녀로 보인다.


챙이 넓은 모자까지 더해 완벽히 풍만하고 여유로운 룩을 연출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챙에 작은 햇빛 가리개가 하나 더 붙어있다. 검은 직사각형으로 된 일종의 선글라스의 변형이다.


굉장히 세련된 형태로 전체적으로 고전적 미가 넘치는 모델의 형상에 누를 끼친다거나 과함 없이 작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시 옷을 보면 가슴 부분에 여유분이 많아 자연스럽게 주름이 진 형태인데, 뭔가 인공적인 맛이 느껴진다. 얼핏 손 모양인 듯 하지만 이 옷만으로는 샬라얀의 정확한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다. 다음 사진을 보면 확실해진다.


이번에도 고전적인 우아함이 넘치는 드레스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깨 부분이 심상치 않다. 좌우의 어깨 끈 모양이 다른데, 한 쪽에 선명히 드러나는 주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사람 손 모양. 드레스는 하얀색만 사용하여 손 모양이 더욱 석고상 같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


머리에는 또 다른 머리카락 형태의 하얀 망사를 씌워 움직이던 머리가 그 상태로 굳어진 석고상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진 ②-2도 같은 콘셉이다. 하얀 재킷은 라펠과 칼라 없이 주름으로 앞을 장식하고 있는데, 그 중간에 또 사람의 손 모양의 장식이 재킷의 좌우를 이어주고 있다. 전체적인 하얀색에 주름진 굴곡 사이의 명암으로 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이번에는 헤어스타일이 더욱 명확하게 움직이던 순간을 포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컬렉션의 흥미로운 점은 뜬금없는 손모양의 등장만이 아니다. 3차원의 인체에 2차원적인 착시효과를 주는 의상도 등장했다.


이 의상은 턱시도 재킷의 이미지를 살린 원피스인데, 3차원이었던 재킷을 2차원으로 환원시켜 착시효과를 준 점이 인상적이다.


즉, 재킷이 부분적으로 2차원으로 평면화 되어 묘하게 원래의 허리선보다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허리를 더욱 잘록해 보이게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재킷의 모양과 색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기운 생동하는 옷
옷이란 고정된 형태로 존재한다. 특히 심지와 패드가 들어간 서양 재킷은 일종의 조각이다. 하지만 분명 치마끝자락이나, 드레스의 밑단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휘날리면서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움직임은 마치 옷이 살아있는 것 같은 생명감이 느껴지게 한다.


샬라얀은 그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는 옷으로 움직임, 살아있음에 관한 주제를 어떻게 구현할지 끊임없이 탐구한다. 그간 그가 발표했던 컬렉션의 행보들을 봐도 알 수 있다. 바람에 휘날린 물의 찰나 같은 형상의 원피스라던가, 저절로 움직이는 옷-물론 기계장치를 사용하였지만-들이 그랬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물결치는 듯한 무늬와 볼륨감 있는 패턴으로 그러한 느낌을 내는데 성공하였다. 


 사진 ④의 세 드레스는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동양적인 표현으로 기운 생동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단순히 물결무늬 때문일까. 아니다. 물결무늬의 옷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마네킹에 입혀져 있다고 해도 그 자체로 기운 생동함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하나는 빛이고, 하나는 비대칭성이다.


자세히 보면 샬라얀의 세 드레스는 모두 빛을 반사하는 소재를 사용하였다. 스팽글이 들어갔던, 광택이 나는 소재를 사용하였던 무대의 조명을 받고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그 반사하는 빛이 생명감을 갖게 된다. 반사되는 빛은 움직임을 증폭시켜 생명력을 부여한다.


거기에 옷 자체의 비대칭성은 옷이 더욱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기여한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도 비교적 대칭성이 강한 사진 ⑤의 재킷은 살아서 꿈틀 거린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후세인 샬라얀의 작업은 과거의 유물을 차용하는 여느 고전주의적 패션 디자이너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왜 그는 다른 디자이너와는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하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그의 이름이 평범한 유럽인의 이름은 아니라는데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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