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도미니코의 고향 시칠리아의 감성이다.
도미니코는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이탈리아의 남부에 있는 가장 큰 섬. 시칠리아에서 1958년 태어났다. 옷을 만드는 아버지와 옷을 파는 어머니를 둔 도미니코는 어렸을 때부터 천을 가지고 놀며 자라났으며 7살 때 처음으로 바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18살이 된 도미니코는 패션을 공부하러 밀라노로 올라갔고, 거기에서 4살 어린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스테파노를 만나게 된다. 도미니코는 스테파노에게 옷을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었고, 둘은 파트너가 된다. 첫 패션쇼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1980년대 당시는 파워 드레싱이 우세하던 시기였으나, 그 둘은 복잡한 기하학적 컷의 옷을 내놓은 것이다. 언론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바이어에게는 냉대를 받았다. 그들은 시작도 못하고 비즈니스계에서 내쳐지게 생긴 것이다.
돌체의 가족들이 제작을 지원하러 밀라노로 올라왔다. 두 번째 쇼의 주제 ‘Vere Donne', 진짜 여성이라는 뜻이었다. 평생에 걸쳐 그들이 추구하는 신조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들은 전형적이면서 매력적인 이탈리아 여성상을 만들어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에게 이해되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보편성을 갖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활동을 시작하던 80년대의 밀라노는 3G로 불리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체, 지안프랑코 페레로 인하여 국제적인 패션 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돌체 앤 가바나는 우아함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아르마니와 정반대의 성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몸매를 드러내는 코르셋, 남성적인 핀스트라이프 수트, 몸에 꼭 맞는 호피 무늬의 코트. 섹스어필은 곧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도미니코는 시칠리아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가 밀라노로 간 것도 시칠리아가 아닌 현대적 감성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 소년이 촌티를 벗고 서울 사람이고 싶어 한 것과 같다. 그에 비해 밀라노에서 태어난 스테파노는 그러한 열등감과 얽매임이 없었다. 오히려 스테파노는 사진을 찍을 때도 패션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닌 페르난도 스키아나(Fernando Scianna)를 추천하여 같이 작업하게 됐다.
그는 흑백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칠리아의 진짜 감성을 표현해 냈다. 그 흑백 이미지는 1940년대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영화를 떠올리게 했고, 이후로 돌체 앤 가바나를 설명할 때면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스콘티, 펠리니의 이름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이탈리아보다 미국이나 영국의 바이어에게 더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로셀리니와 소피아 로렌 같은 20세기의 위대한 이탈리아 아이콘들이 이 두 디자이너에 의해 다시 재조명 받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미니코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하던 시칠리아는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약할 수 있게 도와 준 것이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딸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이탈리아의 피가 흐르는 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그들의 이탈리아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모델로 기용됐다. 돌체 앤 가바나의 옷을 처음 입은 이사벨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그들의 옷을 입은 것은 하얀 셔츠였는데, 그건 마치 내 가슴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옷이 잘려진 것 같았다.’ 도미니코는 인정한다.
‘처음 돌체 앤 가바나는 이탈리아인들을 위해 너무도 이탈리아다웠다.’ 사실 돌체 앤 가바나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오히려 영국을 더 갔다. ‘이탈리아는 수많은 문화와 옷에 대한 역사가 있다. 그것은 때론 고려해야 될 것이 너무 많아 좋지 않다. 이탈리아에는 전통에 대한 유머가 없다. 영국인은 유머가 있다. 우리는 런던에서 항상 영감을 받는다.’
우리는 그들의 옷에서 이탈리아의 감성을 느끼지만 그들은 오히려 너무도 잘난 그들의 전통에 매몰될까봐 다른 곳에서 영감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마피아와 소녀, 귀족과 프롤레타리아,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섬세함과 터프함, 이렇게 상반되는 이미지들을 조합하거나 대비 시키는 것이 그들의 패션쇼 방식이다.
한 벌의 옷 안에서 이미지가 대비 되는 것이 아니라, 패션쇼가 진행되면서 모델이 나오는 순서에서 그런 스토리가 읽힌다.
사진 ①에서는 남성적인 핀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은 모델과 여성적인 슬립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연달아 나오면서 두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그들의 10주년 기념 사진집에도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수퍼모델을 남성적으로 꾸며놓은 사진과 극도의 여성적 매력을 풍기는 사진을 같이 배치해 놓았다.
이렇게 그들은 전체 줄거리, 스토리를 중시한다. 브랜드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감성 디자인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이 우리에게는 지금에서야 적용 되고 있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다. 돌체 앤 가바나의 패션은 한편의 영화 같다. 주제가 명확하다.
어느 때는 시칠리아의 마피아와 그를 사랑한 여성이 주인공인 것 같고, 때로는 이탈리아 귀족 집안의 아가씨.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갑부집 따님, 때로는 꿈속을 노니는 소녀, 미국 서부의 말괄량이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진부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한 컬렉션에서는 뭔가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패션의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를 주제로 잡은 적도 있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돌체 앤 가바나는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적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 비유할 수 있겠다. 스트리트 패션적이라고도 표현되는 그들의 대중성이 바로 그들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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