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체 앤 가바나의 의상은 마치 인형 옷 같다. 꿈 많던 소녀 시절을 지나온 여성이 꿈꿀 만한 옷들이다.
매력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여성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디테일을 더하고, 여기에 기본으로 여성적인 실루엣과 귀족적 색채를 배합한다. 이것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인형 놀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니 평범한 남자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각적 세계이다.
같은 게이 디자이너라도 마크 제이콥스와는 또 확연히 다른 감성을 보여주고 있는 돌체 앤 가바나.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의상을 보면서 인형 옷 같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는 매 시즌 위태롭고 매력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마크 제이콥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재형’이라면 돌체 앤 가바나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안전 지향적 ‘모범생’이랄까. 물론 그들도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 결 같이 인형 옷 같이 예쁘장하다는 이미지다. 그것은 그들의 옷이 여성 몸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바디 컨셔스 실루엣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바디 컨셔스 실루엣
사람의 몸을 기반으로 하는 패션 디자인에서 나올 수 있는 실루엣은 한정적이다. 움직이는 몸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류 기준은 있지만 크게는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허리를 조이는 X라인, 가슴은 꼭 맞으면서 밑으로 갈수록 퍼지는 A라인, 허리를 조이지 않는 H라인, 몸을 부풀리는 O라인.
바디 컨셔스 실루엣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 가슴과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우아한 곡선을 드러내어 여성의 매력을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X라인과 의도가 같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X라인과 바디 컨셔스 라인은 야기되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바디 컨셔스 라인이 섹시함과 관능미를 최대로 보여주는 실루엣이라면, X라인은 여성스럽지만 좀 더 귀여운 느낌이 강하다. 다시 말해, 바디 컨셔스 라인은 성적이고, X라인은 여성적이다.
돌체 앤 가바나의 의상은 이러한 바디 컨셔스 라인과 X라인 실루엣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여성미를 최대로 보여주는 실루엣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그들의 옷이 인형 옷 같아 보인다는 말을 입증해 준다. 그리고 이 실루엣은 여성의 감성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가장 매혹적으로 보인다. 남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매력은 다양하다. 우아함, 순수함, 소박함, 귀여움, 매혹적임, 지적임 등.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은 앞서 언급한 실루엣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본능적인 것이 관능미이다. 돌체 앤 가바나는 이 관능미가 가장 잘 돋보이는 바디 컨셔스 실루엣을 선택, 집중하여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유치함도 매력
돌체 앤 가바나는 고전주의자다. 과거의 유산을 재해석하여 잘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고전주의자다. 사진 ②처럼 중세 이탈리아 귀족의 집 벽면을 장식하고 있을 법한 그림과 그 방을 꾸미고 있었을 소파나 커텐 등을 연상시키는 디테일들을 패션으로 가져오는 식이다. 물론 그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 아니다.
사진 ①-1은 고전적인 명화로 블라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확하게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딱 봐도 오래 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명화는 블라우스뿐만 아니라 구두와 가방에까지 들어갔다.
전체적인 색은 한데 뭉쳐져 황금색의 기운을 풍긴다. 상의가 밝고 화려하나 하의는 무늬 없는 검은색으로 차분히 눌러주며 대비효과를 노렸다. 이 두 가지 색의 대비, 황금과 검은색은 의상뿐만 아니라 클러치 백과 구두, 브로치에까지 그대로 적용되어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한다. 이 의상에서 브로치는 단순히 화려함을 더하는 장신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목에서 시작된 검은 브로치는 왼쪽 가슴에서 또 한 번 포인트가 되고 가방의 태슬 장식과 바지, 구두로 연결되면서 통일성 유지와 함께 시선의 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블라우스에 브로치가 없었다면 단순히 상, 하의의 대비가 강한 의상으로 보이며 오히려 모델의 얼굴보다는 블라우스에 시선이 더 갔을 것이다. 모델의 얼굴과 머리색까지 금색으로 블라우스의 색과 뭉쳐져 화려한 블라우스에 눈이 더 가기 때문이다. 브로치를 손으로 살짝 가리고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색 뿐만 아니라 상의와 하의 실루엣 또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상의는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이며 그에 비해 하의는 다리를 꼭 조여 실루엣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진 ①-2는 상의에서는 고전적인 명화를, 치마에서는 마치 화려한 커튼의 브로케이드 천을 가져다 쓴 것 같다. 허리에는 그 커튼을 묶었을 법한 매듭과 술 장식을 벨트로 활용했다. 참으로 여성의 동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사진 ①-3도 소파나 드레스의 반복적인 장식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전통뿐만 아니라 패션계의 클리셰를 잘 요리하기로도 유명하다.
사진 ②은 몇 년 전 파자마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돌체 앤 가바나의 의상들이다. 첫 번째 의상은 몇 가지 액세서리를 더하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그냥 파자마이다. 이렇듯 어떠한 주제의 직접적인 활용은 자칫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서서히 변화가 들어간다. 그것이 돌체 앤 가바나의 패션쇼 방식이다.
사진 ②-2에서는 파자마를 입고 꿈속을 유영하기 시작한다. 환상의 세계,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가능한 세계인 꿈처럼 치마는 전에 없던 동그란 실루엣으로 표현되고 목걸이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며, 발끝에는 꽃이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②-3에서처럼 꿈속의 꽃밭을 거니는 소녀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실크 리본과 큼직하고 화려한 보석 장식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한 손길이 절묘하게 더해진다.
이렇듯 클리셰란 영화와 마찬가지로 진부하여 외면 받을 수도, 익숙하여 친근감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클리세를 독특한 상상력과 결합하는 것이 그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비결이자 짧은 시간에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전략이다.
돌체 앤 가바나, 그들은 마치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요리사 같다. 처음부터 대중에게 매력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요리하니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들을 노력하는 모범생 디자이너라고 평가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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