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가씨 같은 친근한 매력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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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오전 10:50:50


심심풀이로 하는 테스트에 나에게 애인이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성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옷차림을 하지는 않는가’ 였다. 꼭 연애문제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때와 장소에 적절한 옷차림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항상 남의 시선에 급급해서 내 개성 한번 못 드러내면서 살고 싶진 않다. 적당히 개성도 드러내면서 또 너무 튀고 싶지도 않은 현대인의 미묘한 심리를 잘 파고든 디자이너가 마크 제이콥스라 할 수 있다.


지난 호에는 그가 다양한 무늬를 섞어 쓰는데도 전체적으로 번잡하거나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이 색 때문이라는 것을 살펴봤다. 휘발성이 강한 색, 즉 채도는 낮고 명도가 높은 색으로 된 무늬를 사용함으로써 쉽게 무늬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그 느낌만은 아련히 남도록 했다. 또는 체크나 스트라이프 등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늬는 전체적 색상은 맞춰주면서 중간에 갈색, 회색 등의 저채도 색으로 완충작용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워낙 고채도, 고명도의 색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가 밝고 맑은 색만 잘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양한 명도와 채도의 색을 잘 조율해 쓰기 때문에 더 강조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색도 잘 쓰지만 그의 옷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니트이다. 할머니의 포근함 그가 어렸을 적 할머니와 살면서 뜨개질 수업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의 니트 사랑은 그가 1984년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할 때부터 나타났다.


그의 평생 동업자 로버트 더피는 손으로 직접 짠 밝고 명랑한 색의 니트에 매료돼 그를 발탁했을 정도다. 마크 제이콥스 니트의 특징은 여전히 그렇다. 상큼하고 톡톡 튀는 젊은 감성이 뚝뚝 묻어난다. 역시나 명도, 채도 높은 색들을 주로 조합해 쓰는데 그와 매치하는 하의는 대부분 무채색으로 상의의 색을 한껏 더 살려주는데 도움을 준다. 도시적인 무채색에 강하게 대비되는 밝고 맑은 색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니트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무늬도 잘 쓴다. 다양한 색의 스트라이프는 물론이고 아가일 체크 무늬에 스트라이프를 조합하기도 하고 니트의 특징인 따듯한 표면 질감을 달리 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다정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닌 정말 할머니가 나만을 위해 짜줬을 것 같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진 1은 세상에 있는 무늬를 크게 둘로 나눠 살펴 본 것처럼 옷을 만드는 천도 크게 분류 한다면 직물과 편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직물은 세로의 실과 가로의 실이 서로 엇갈려 짜이고 편물, 즉 니트는 하나의 실이 서로 얽어져 평면을 이루는 구조이다. 왜 니트가 더 따듯한 감성이 느껴지는지는 여러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구조적으로 니트는 신축성과 보온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사회가 대량생산, 산업화 된 이후로 집에서 짜지 못하고 거의 모든 직물이 공장에서 짜여 나온다. 하지만 니트는 아직도 겨울만 되면 여성들의 손에서 떠지고 있다. 같은 니트라 하더라도 미쏘니나 소니아 리키엘 같은 좀 더 기계적 니트의 성격이 강한 니트와는 또 다르다. 이렇듯 니트의 구조적 특징, 물성의 특징, 수공예적인 감성까지 더해져 니트의 성격이 만들어진 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크 제이콥스의 다정다감한 디자인적 특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머리를 강타하는 작은 차이 사실 패션쇼 무대가 아닌 일상생활, 즉 직장, 학교, 거리에서 옷을 입고 다닐 때는 아무리 개성이라 하더라도 너무 눈에 띄는 복장을 하면 타인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즐기거나 부담스러워 하거나의 태도 차이가 트렌드 세터와 일반인의 갈림길을 결정짓는다. 이럴 때 패션 고수들은 어떤 방법을 쓸까?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옷차림을 하는 방법. 패턴의 작은 변화는 고급스럽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패턴이 옷의 표면을 장식하는 무늬를 말하는 패턴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옷을 구성하는 뼈대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옷의 패턴이 변형되면 옷의 실루엣이 변한다. 옷의 실루엣은 한 눈에 그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은 패턴에 큰 변화가 있을 때의 문제다. 패턴의 작은 변화는 한 눈에 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즉, 정형화된 양식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뭔가 평범한 옷과는 다름을 느끼게 되고 다시 한 번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다. 사진 2는 재킷과 점프 수트가 같은 트레이닝복 소재로 통일된 옷이다. 트레이닝복 소재도 일종의 니트이므로 니트의 특징인 신축성 때문에 아무리 견고한 재킷이라도 편안해 보인다. 안에 베스트까지 꼼꼼하게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재킷과 베스트의 밑단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사진 3은 옷의 끝단이 검은색 띠로 마감되어 한층 정돈돼 보이는 코트이다. 전혀 문제 없어보이는 이 코트도 검은색 단을 따라 시선이 올라 가다보면 칼라 부분이 뭔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칼라가 붙어있지 않은 코트에 따로 칼라를 붙인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붙어야 할 부분도 아닌데다 검정 단이 있어서 시선이 더 혼란스러워진다. 사진 4는 비교적 쉽게 눈에 들어온다. 카디건의 목 부분에 지퍼를 달고 그것을 열어 세련되게 스카프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5는 카디건의 단추를 양쪽으로 달았는데 그 마저도 카디건의 띠와 단추를 흑백으로 대비를 심하게 줘서 귀여운 느낌이 증폭된다. 마치 여기저기서 재잘거리는 아이들 같다. 단추의 위치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팍팍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짓게 만들어 준다. 이런 작은 변화들은 옷에 한층 깊이감을 부여해 준다.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이 어느 순간 뒤통수를 탕 하고 강타하기 때문이다. 첫눈엔 평범해 보이는 옷에 어느 순간 보물을 찾은 듯 작은 차이를 발견하게 될 때의 희열은 처음부터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옷과 차원이 다르다. 마크 제이콥스의 옷은 그렇다. 완벽한 이상형이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아닌, 평범해 보이던 사람의 작은 매력에 조금씩 빠져드는 경우라고나 할까. 알고 보면 까칠한 옆집 아가씨 지금까지 마크 제이콥스 의상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이유들을 살펴봤다. 여태까지 의상들이 대부분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의 의상들이긴 했지만 그 또한 그의 디자인적 특징이다. 그런데 루이비통이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을 보다보면 그의 미감이 마냥 예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게 과연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우스꽝스럽고 기묘하다고 느껴지는 의상도 많다. 과연 그의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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