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사람 마음 사로잡는 옷 만든다_마크제이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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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⑯

2010-06-18 오후 2:02:53


마크 제이콥스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그의 매력적인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디자인이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등의 브랜드의 컬렉션을 진행하는데 있어 분명 디자인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것이 마크 제이콥스라는 디자이너의 개성일 텐데 과연 그의 디자인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만 알면 마크 제이콥스의 옷을 직접 사지 않고도 마크 제이콥스 스타일로 입을 수 있을 텐데.


사랑스러운 패턴 믹스 앤 매치
세상에는 수많은 패턴, 무늬가 있다. 하지만 그 많은 무늬는 크게 자연물 무늬와 기하학 무늬로 나뉜다. 자연 무늬에는 꽃을 비롯한 식물 무늬, 표범 등 동물의 가죽 무늬나 동물 자체를 사용하는 무늬가 대표적이다. 이성의 산물인 기하학 무늬는 수평선, 수직선, 사선 등을 이용해 만든다. 가장 흔하게 보는 스트라이프 무늬, 체크 무늬, 도트(물방울) 무늬 등이 그렇다. 구불구불하거나 불규칙한 곡선이 많은 꽃 무늬의 옷과 직선의 교차 된 체크 무늬 옷은 야기 되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겐조의 화려한 꽃 무늬와 버버리 특유의 체크 무늬를 떠올려 보자. 겐조의 원피스를 입으면 초원으로 소풍을 가야 될 것 같고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도심 속을 걸어가야 될 것 같다. 꽃 무늬는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사랑스러운 반면, 체크무늬는 도시적이고 이성적인 인상을 준다.


이렇게 크게 보면 마크 제이콥스는 기하학 무늬를 많이 쓴다. 그 특유의 마드라스 또는 깅엄 체크의 셔츠, 재킷에 바지는 스트라이프를 잘 매치한다. 그런데 이런 직선적인 성격이 강한 기하학 무늬를 쓰는데도 딱딱한 느낌이나 삭막한 도시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사진을 보면 그가 예전부터 완벽한 정장 차림에 대해 거부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그의 철학이고 그의 철학에 많은 사람들의 동의하기 때문에 그의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런 철학을 가진 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한 예로 샤넬 재킷은 그 상징성이 너무 커 그와 한 벌로 된 치마나 바지 외에 다른 것을 매치한다는 것은 상상 하기 어렵다.


반면에 마크 제이콥스 스타일은 내가 집에 있는 어떤 옷이라도 내 마음이 가는대로 섞어 입으면 되는 것이다. 그의 의상에서 빈티지하고 편안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의 미끼에 낚인 것이다.
하지만 이 믹스 앤 매치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 사람이 체크 무늬 셔츠에 줄 무늬 바지를 입으면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뭐야 저사람, 촌스러워.’  왜 내가 하면 촌스럽고 그가 하면 사랑스럽고 옷을 잘 입은 것처럼 보일까. 다시 한 번 사진 ②를 보면서 그 비밀을 파헤쳐 보자.


옷을 사지 않고도 제이콥스 스타일로 입는 법
우선 여자 모델이 입은 사진을 보면 강렬한 분홍 머리띠와 주황색 재킷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체크 무늬 셔츠에 세로 줄 무늬 바지를 매치했고 허리에 다시 가로줄의 허리띠를 했다. 자,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로 마크 제이콥스의 손길이 느껴지는 코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에 눈에 번쩍 띄는 머리띠를 하면 될까?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옷에서 적절한 소품은 그의 옷에 유머 감각을 부여해 준다. 큰 리본 머리띠나 해골이 달린 팔찌(남성 모델의 팔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장식은 2차적인 문제다. 이미 촌스럽다는 인상을 주는 코디네이션은 아무리 유머러스한 장식으로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목적이 타인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목적 달성은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무늬로 따로 노는 옷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떻게?


열쇠는 색이다. 여자 모델이 입은 재킷과 체크 셔츠, 허리띠, 손목의 뱅글까지 각 아이템은 긴밀하게 주황색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집에 있는 무늬 있는 옷들을 섞어서 입을 때는 각각의 부분에 한 가지 색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사진 ②의 남자 모델의 경우도 셔츠와 카디건, 잘 느껴지지 않지만 바지의 줄 무늬도 주황색으로 맞춰 주었다.


가장 큰 골격인 셔츠와 바지는 바탕색이 파랑색으로 같다. 색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주황과 파랑이 서로 보색 대비를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보색 대비는 서로 이질감이 가장 심한 색의 관계다. 하지만 크게 무리 없이 하나로 어울리고 있다. 그것은 저채도의 색상들이 주황과 파랑의 접착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체크 무늬에 있는 짙은 회색은 주황과 파랑이 섞여서 만들어진 색이다. 거기에 바지의 갈색도 주황이 명도와 채도가 떨어지면서 만들어 지는 색이다. 이렇게 저채도 색들은 삼원색이 섞이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보색 관계의 색이라도 밀접한 관계를 갖도록 해준다.


마지막으로 바지 밑단에는 얼핏 보라색 같기도 하고 회색 같기도 한 체크 무늬가 한 번 더 들어가 있다. 이런 부분이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적 성격을 규정해 주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얼핏 그냥 단색인 것 같은 면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양(이런 경우는 꽃 무늬나 페이즐리처럼 곡선이 많은 무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잘 인식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색이 튀지 않도록 조절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부분들이 모여서 기하학 무늬가 강한 그의 옷에 사랑스럽다는 이미지가 살며시 깔리는 것이다.
사실 체크 무늬나 스트라이프는 젊고 발랄한 인상을 준다. 옷에 대한 깊이감은 그에 반비례하여 한없이 가볍게만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중후한 느낌을 주는 저채도, 저명도 색을 사용하여 깊이감을 주는데(사진①의 버버리 체크처럼) 마크 제이콥스는 티 없이 맑고 밝은 색을 쓰면서도 양파의 껍질처럼 새로운 매력이 계속 드러난다.
이런 규정하기 모호한 색을 사용한 무늬들이 옷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그만의 깊이감을 만드는 방식이랄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해서 패션 디자인계의 카피 문화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디자이너의 작품은 한정돼 있고 가격도 너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동대문의 카피 제품이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지만 위와 같은 방식이라면 굳이 마크 제이콥스 st(스타일)의 옷을 사려고 인터넷이나 동대문을 뒤지지 않아도 되겠다. 그의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믹스 앤 매치 법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의 비밀은 다 풀린 것일까? 아니다. 아직도 깔 껍질이 많이 남아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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