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전주 공장을 시작으로 여성 이너웨어 생산을 시작한 세일(대표 이범성·사진)은 현재 연매출 84억원을 자랑하는 여성 란제리 기획·생산 전문 업체로 크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OEM으로 오더 생산만 했지만, 지금은 ODM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기획력 있는 업체로 훌쩍 자랐다. 세일의 서울사무소에는 약 20명의 직원이 일하며, 이중 7명이 디자이너일 정도로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OEM으로 일을 시작했던 이범성 대표가 디자이너를 7명까지 상주시키며 디자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경쟁력’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디자인은 쌀이고 주식이다’는 말을 달고 다닐 만큼 디자인을 강조한다. 이는 과거 오더 생산을 하던 시절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이 대표가 세일을 창업한 것은 1997년. BYC와 이너웨어 프로모션에서 생산 노하우를 쌓은 이 대표는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주 공장을 설립하며 이너웨어 생산 업체의 사장이 됐다. 초기에는 오더를 받아 전주 공장에서 생산할 요량으로 준비했지만, 설립 3일만에 국가적 위기였던 IMF를 맞았다. 처음에는 다른 프로모션 업체나 공장들이 부도나기 시작하면서 쏟아낸 일감이 세일로 넘어와 그럭저럭 유지는 됐다. 그러나 IMF 영향은 세일에까지 미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부도를 맞게 됐다.
생산 오더만 진행하는 힘없는 하청 업체에 불과했기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값을 톡톡히 치렀다.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다는 이 대표는 “상황이 악화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 거래 업체들이 힘을 내라며 손을 잡아줬어요. 그때 호된 시련을 겪으며 생산만 진행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우리도 거래업체를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세일은 디자인 강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ODM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못지않은 투자와 애정을 쏟으며 경쟁력을 높여 나갔고, 무분별한 라인 확장은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 속옷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세일은 국내 대표급 이너웨어 프로모션 및 생산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12월 문을 연 개성 공장에는 브래지어 라인 8개와 팬티 라인 5개를 풀 가동하고 있으며, 공장에서 일하는 인원만 5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연간 생산량은 브래지어 168만장, 팬티 198만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일은 개성 공장을 운영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강점은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중국의 대련사무소를 병행해 원가 절감에 대응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서울사무소에 소규모 생산 라인을 마련해 다품종 소량 생산 기지를 갖췄다. 이뿐 아니라 올해 안으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 공장을 추가 설립할 예정이다.
생산 설비와 관리 능력,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생산 지역과는 상관없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개성 공장의 500명을 가르쳐 지금의 규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무한 책임주의’다. 거래 업체가 잘 돼야 우리가 잘 되고, 거래 업체가 잘 되려면 상품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제품이 소멸될 때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고객의 성향과 사후 문제점까지 고려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장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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