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의 DNA를 물려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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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⑦ - John Galliano(1960~) 존 갈리아노

2010-04-19 오전 8:54:15

존 갈리아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을 함께 지휘하고 있다. 그것은 매 시즌 새롭고 색다른 콘셉의 의상을 남들보다 두 배쯤, 아니 세 배를 더 쏟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크리스챤 디올이 기성복(프레타 포르테)과 고급 맞춤복(오뜨 꾸튀르), 이렇게 두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세 개의 컬렉션이 독자적인 디자인 콘셉을 가지고 매 시즌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다. 그런데 사실 갈리아노의 여성상과 디올의 여성상에는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도 있다. 크리스챤 디올 vs 존 갈리아노 크리스챤 디올은 1905년에 태어났다. 존 갈리아노는 디올이 죽은지 3년 뒤인 1960년에 태어났다. 프랑스 교외지역에서 태어나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낸 디올과 스페인의 영국령 지역인 지브랄타에서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난 갈리아노. 언뜻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크리스챤 디올이라는 이름하에 묶여 있을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다. 사실 어떤 디자이너에게나 이런 동기가 끊임없이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가 각각의 디자이너들에게 다르게 해석되겠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허리를 꼭 죄어 여성성을 극대화한 X라인의 실루엣을 기본으로 옷감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목과 얼굴을 감싸는 디자인이 자주 보이는데 옷 안에 들어간 여성은 부드러운 꽃잎으로 감싸여진 한 떨기의 우아한 꽃 같이 표현된다. 목과 어깨 등 얼굴과 가까운 신체 부위를 장식함으로써 얼굴을 강조하는 이러한 디자인 방식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입어 엘리자베스 칼라라 불린 칼라의 기능과 같은 기능을 한다. 바로 입는 사람에게 높은 권위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위의 두 사진 모두 옷에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굉장히 우아하고 고결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얼굴을 강조한 디자인 덕분이다. 형태적으로 꽃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는 꽃을 모티프로 옷에 직접 장식하거나 꽃모양의 모자를 선보이는 등, 꽃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첫 번째 사진은 은방울꽃을 주제로 한 칵테일 드레스인데 그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꽃이라 한다. 아이보리색만으로 이루어진 이 드레스는 마치 석고상 같이 순수 무결한 인상을 풍긴다. 치마에 조로록 장식된 은방울꽃은 빛을 받아 그림자가 지는데 아무 색 없이 이루어진 드레스에서 유일하게 복잡한 장식이 달린 부분이다. 가운과 상의의 평평한 하얀 면과 치마의 그림자의 대비는 비록 색상을 직접 대비시킨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흑, 백 대비를 이뤄 색이 없어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두 번째로 꽃이 장식된 드레스는 첫 번째 드레스보단 색도 더 들어가고 드레스 전체를 꽃으로 장식했다. 아이보리를 기본색으로 보라색과 초록잎까지 흡사 천상의 꽃동산 같다. 진짜 꽃으로 장식한 듯 보이는 이 드레스는 보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에게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간간히 들어간 연한 청보라색과 연한 분홍색의 꽃은 자칫 강한 대비감이 느껴질 수 있는 아이보리와 보라색의 만남을 어색하지 않게 조용히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초록색 또한 강한 원색이 아닌 올리브 그린에 가까운 초록이다. 보라색과 보색에 가깝지만 채도에 변화를 주어 대비가 강하지 않게 조절해 줬다. 이러한 미세하게 조절한 색의 사용은 단순히 꽃만 사용하면 예쁜 옷이 나올 것이라 믿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오히려 단순히 꽃만 사용하여 유치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방법임에도 색을 잘 사용함으로써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그의 작품의 특징은 2010년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디올의 쇼에서도 많이 활용되었다. X라인의 원피스에 꽃 장식이라든지, 목 주위를 장식한 풍부한 옷감의 사용 등 디올의 DNA가 고스란히 갈리아노에게 물려준 듯 했다. 대부분의 경우 존 갈리아노는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는다. 유럽의 귀족 문화는 물론 아프리카, 나비부인,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그의 주제 선정은 그 주제를 다시 현대적으로, 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내는데 그 의미가 있다. 식상하고 고루할 수 있는 주제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 환상의 세계로 변한다. 그의 진짜 뛰어난 재능은 주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림 4의 작품은 다분히 유럽의 귀족의 의상에서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가슴과 허리, 인체와 달리 더 부풀어 오른 골반 부분은 코르셋을 만들 듯 단단한 구조를 가지도록 옛 방식을 사용한 듯 보이고 자수나 러쉬 장식도 옛 복식사에나 나올법하다. 복식사 책에서 많이 본 듯한 로코코 시대를 연상시키는 색상과 장식 등 전형적인 서양 사극의 복장 같지만 또 완벽히 예스럽지도 않다. 그 이유는 현대적인 소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하늘색과 자수가 놓인 엉덩이 부분은 캔버스 소재를 사용하여 단순히 옛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갈리아노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아프리카도 주제로 즐겨 사용하는데 아프리카에서 영감 받은 스타일은 항상 프랑스적인 것과 결합된다. 그림 5 첫 번째 사진은 그림 4의 드레스와 비슷해 보인다. 바디컨셔스 스타일의 원피스에 골반이 약간 부풀려지고 레이스로 장식된 드레스다. 언뜻 유럽적 색채가 나지만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문양이 들어가 있다. 토인인듯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이 레이스에 장식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형식은 프랑스적이지만 내용은 아프리카적인 색채가 진하다. 그림 5-2는 첫눈에 보기에도 디올적인 것과 아프리카적인 것이 결합되어 보인다. 상의와 목걸이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장신구를 차용한 것 같고 치마 부분은 여성을 꽃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던 무슈 디올의 방식은 어색하지 않게 두 주제가 한 옷으로 잘 녹아들었다. 난색 계열을 사용하였고 목걸이에 터키 석의 색이 보색 대비를 이뤄 눈에 튀어 보인다. 갈리아노가 아프리카적인 주제와 꽃을 결합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상의의 노란색과 치마의 주홍색이 만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모델은 마치 불타오르는 원추리 꽃잎 속에 수줍게 숨어있는 노란 암술과 수술처럼 보인다. <다음 호에 계속>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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